[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기준금리 연속 인상 여파가 은행 여‧수신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대출은 줄고 예금은 늘었다. 다만 기업은 회사채 시장이 위축되면서 대출 창구를 찾고 있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8조8000억원으로 한 달 새 6000억원 감소했다. 매년 10월 가계대출이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해 12월부터 감소세였다. 그러다 올해 4월부터 석달 연속 증가했다. 이후 증감을 반복하다 9월 1조3000억원, 10월 6000억원 등 2개월 연속 감소했다.
대출 감소분은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다. 10월 말 기타대출은 262조8000억원으로 전달 대비 1조9000억원 줄었다. 기타대출은 지난해 12월 이래 11개월째 내림세다. 건당 규모가 큰 주택담보대출(잔액 794조8000억원)은 1조3000억원 늘었다.
금융당국에서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에서도 지난달 금융권 전체 가계 대출이 2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2조원으로 9월(1조9000억원)보다 소폭 확대됐다.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은 2조2000억원 축소됐다.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신용대출 감소세가 뚜렷한 모양새다.
반면 기업대출은 10개월째 오름세다. 10월 말 은행의 기업 원화 대출 잔액은 1169조2000억원으로 한 달 새 13조7000억원 늘었다. 증가 폭은 2009년 6월 통계가 시작된 이래 10월 기준으로 가장 컸다. 이중 대기업대출은 9조3000억원 증가했고, 중소기업대출(개인사업자 대출 포함)은 4조4000억원 늘었다.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기업대출 증가세를 두고 회사채 시장 위축으로 운전자금을 융통하기 위한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회사채는 3조2000억원 순상환됐다. 투자심리 위축으로 발행 부진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다만 CP·단기사채는 순상환됐던 지난 9월과 달리 한 달 새 순발행(3조1000억원)으로 돌아섰다.
시장 불안감은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정기예금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정기예금은 10월 한 달 간 56조2000억원 증가했다. 2002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자산운용사의 수신도 같은 기간 4조4000억원 늘며 9월(12조4000억원 감소) 대비 증가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