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14%·이더리움 17% 하락… 솔라나 42% 급락
바이낸스, ‘유동성 위기’ FTX 인수 계획 하루 만에 철회
“이번 사태로 크립토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 번질 수 있어”
[매일일보 이채원 기자]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유동성 위기에 투자심리가 악화되며 주요 코인 가격이 폭락했다. FTX 사태가 지난 루나 사태보다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더 큰 파급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0일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14% 하락한 2291만원대에 거래됐다. 가상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같은 기간 17% 하락한 158만원에 거래됐으며 솔라나(-42%), 폴리곤(-21%), 도지코인(-16), 리플(-17%) 등 알트코인도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솔라나는 FTX가 거래를 지원해온 코인으로 하락폭이 컸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FTX가 자체 발행하는 코인 FTT 토큰은 전날 80% 폭락한데 이어 이날도 50%대 하락세를 나타냈다.
앞서 FTX는 관계회사의 재정 부실 우려로 인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자 최근 72시간 동안 60억 달러(8조2000억여원) 규모의 고객 자금이 빠져나가는 ‘뱅크런’ 현상이 발생했다. 나흘 간 비트코인만 4억3000만달러(5800억여원)어치 인출 되기도 했다. 글로벌 1위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전날 FTX를 인수하는 내용의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지만 이 또한 무산되며 가상자산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바이낸스는 9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하루 전 발표했던 FTX 인수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낸스는 측은 “우리는 가상자산 시장을 위해 FTX에 유동성을 제공하려고 했지만 이 문제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고, 지원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며 “FTX 관련 보도, 미국 규제기관 조사 가능성 등이 제기된 가운데 자산 실사를 벌인 결과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현재 FTX가 필요한 자금이 최소 40억에서 최대 80억 달러라고 추정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샘 뱅크먼 프리드 FTX 최고경영자(CEO)가 외부 투자자들에게 80억 달러 규모의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고 유동성을 유지하려면 최소 40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FTX사태가 지난 루나·테라 사태 만큼 가상자산 시장에 쇼크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한다.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CEO는 “바이낸스와 FTX의 거래가 무산되면 FTX 고객들이 손해를 보게 되고 업계전반에 좋은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세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낸스의 FTX 인수가 무산되면서 실망 매물이 나오고 FTX 파산 시 루나 사태보다 더 큰 파급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해 크립토 시장 전반의 가격이 하락했다”며 “크립토 산업 전반에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매튜 호건 비트와이즈애셋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사태는 단기적으로는 투매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시장을 침체로 몰아넣는 규모다”며 “수개월 가량의 시간이 지나도 투자자들은 이미 신뢰도가 낮아져 암호화폐 시장으로 복귀하기를 꺼리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이번 FTX 사태가 신용위험으로 촉발돼 전염되는 양상이란 점에서 리먼 브라더스 사태와 유사하고 루나사태로 인한 유동성 경색에 FTX가 구제 금융을 지원했던것과 현재 구제금융을 받는 것이 대조되며 산업에 대한 시장 전반의 회의감이 커질 수 있다”며 “가상자산 시장이 다시 얼어붙고 있고 인수되더라도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그 기간 동안VC, 펀드 등으로 리스크가 확산될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국내에서 FTX 앱을 설치해 사용하는 월간 투자자는 5만여명이 훌쩍 넘는다고 알려진다. 거래를 활성화 하지 않고 자산을 넣어둔 투자자까지 고려하면 FTX를 사용하는 한국 이용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