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보라 기자] 원‧달러 환율이 3개월 만에 1310원대로 돌아갔다. 미국 중간선거 결과와 미국 물가 급등 정점 통과 기대감,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59.1원 급락한 달러당 1318.4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변동폭 기준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 64.8원 급등했던 2008년 11월 6일 이후 14년 만에 환율이 최대 변동폭이다. 하루 낙폭 기준으로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으로 환율이 177원 폭락했던 2008년 10월 30일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지났다는 인식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달러화 강세를 되돌렸다. 달러당 1419원 선에서 마감했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주 들어 총 100원 넘게 급락을 이어가며 3개월 만에 1310원대로 돌아갔다.
지난 11일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30원 급락한 달러당 1347.5원에 출발해 장중 낙폭을 추가로 키웠다. 10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7.7%로 시장 전망치(7.9%)를 밑돌면서 연준이 긴축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란 기대를 높인 게 원‧달러 환율 하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한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된 것도 달러약세에 힘을 보탰다. 미 공화당은 민주당에 비해 재정지출 확대에 부정적이기 때문에 물가상승 압력이 약화돼 통화긴축 흐름도 약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자연스럽게 ‘킹달러’ 현상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주요 공적기관 투자자의 기존 해외자산에 대한 환헤지 비율을 확대하고 해외투자 계획을 조정하는 등을 주무부처를 통해 관련 기관에 요청할 계획”이라며 추가 외환수급 대책을 언급한 것도 환율 하락 압력을 가중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과 환율이 비교적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면서 “긴축적 통화 기조를 유지해 물가안정 기조를 공고히 하고 인플레이션 수준을 낮추는 것은 여전히 한국은행의 우선 과제”라고 전했다.
중국이 ‘제로코로나’ 정책을 완화한다는 소식에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개선된 것도 원화강세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중국 국무원 코로나19 대응 합동 방역 통제기구는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격리 기간을 기존 7일에서 5일로 단축하는 등 방역 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위험선호 심리가 되살아났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추가로 하락 흐름을 지속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0월 이후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순매수로 전환했다. 11일 기준 코스피는 3.37% 급등 마감했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953억원을 순매수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 호조가 원화 강세를 견인했다. 또한 최근 위험자산 선호와 맞물려 9월 통화가치의 낙폭이 컸던 통화가 최근 빠르게 만회하고 있다. 원화는 중국 위안화, 대만 달러 등 주요 아시아 신흥국 통화와 비교해 9월 약세폭이 컸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현재 환율 하락을 견인하고 있는 것은 대외 요인인 만큼 위험선호 회복과 이에 따른 시장 수급 개선이 이어질 경우 환율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10월 한 달 지표만으로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꺾였다고 확신하기 어렵고, 여전히 물가 수준이 높은 점은 달러화 추가 약세를 제한하는 요인이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0월 물가 지표에 대해 “단비 같은 소식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