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 물가 흐름에 대해 "변화가 감지됐다"며 향후 통화정책 기조가 바뀔 수 있음을 시사했다. 물가와 환율 상승세가 한풀 꺾인 만큼 한은이 오는 24일 금융통화위원회부터 본격적으로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나설 거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10월 미국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동기대비 7.7% 올랐다고 발표했다. 지난 2월 7.9% 이후 8~9%대를 기록하던 물가 상승률이 8개월 만에 7%대로 떨어진 데다 시장 예상치(7.9%)도 밑도는 결과였다.
이창용 총재는 이를 두고 "우리에게는 '굿(좋은)뉴스"라고 평가했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은행-한국경제학회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한 이 총재는 기자들과 만나 "(미 물가지표 하락 등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하고, 국내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결정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 안착한 점도 금리 인상폭을 고민 중인 한은에게는 숨통이 트이는 대목이다.
원·달러 환율은 1340원대로 급락한 상황이다. 미국 물가 상승세 둔화 조짐에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상 속도를 낮출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지난 11일엔 전 거래일보다 59.1원이나 급락하며 1318.4원으로 마감했다. 환율은 지난달 25일 1444.2원으로 연고점을 기록한 뒤 3주도 안 돼 120원 넘게 하락했다. 시장에선 미국의 긴축 속도조절 기대로 달러화 강세 기조가 꺾인 만큼 원·달러 환율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 "단기적으로 좋은 뉴스지만 얼마나 오래가고 글로벌 시장에는 어떤 영향줄지, 국내시장 상황 등을 다 봐서 금통위에서 결정하겠다"며 "좋은 사인(신호)이고 예상했던 쪽으로 가고 있다. 미 통화정책이 바뀌면 (환율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환율이 안정되길 바라지만 변동성은 계속될 것"이라며 "미국 물가 숫자가 바뀔지(안정될지)는 한 달만 봐선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시장에선 한은이 이달 24일 금통위에서 빅스텝이 아닌 0.25%포인트 인상으로 속도조절에 나설 거란 전망에 무게가 싣는 분위기다.
이 총재는 이날 개회사에서도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빨랐기 때문에 경제의 다양한 부문에서 느끼는 경제적 압박의 강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금융안정 유지, 특히 비은행 부문에서의 금융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은 역시 최근 단기자금시장의 급격한 경색과 성장률 둔화 등에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곧 물가가 안정되면 통화정책 변화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