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유예는 부자감세"..."거래세 인하 효과 더 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최근 동학개미들에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뜨거운 감자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와 관련된 양도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만일 주식에 투자해 연간 5000만원 이상 소득 시 20%의 세율을 적용하고, 3억원 초과 소득 시 25%의 양도세를 부과한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현 정부는 이를 2년 유예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국의 잇단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시장 변동성과 증시 위축 우려가 더욱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은 예정대로 시행하자는 입장으로, 단독 추진하려 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여론은 반반으로 갈리는 분위기다. 서민들이 피땀 흘려 번 돈도 꼬박꼬박 세금을 떼가는데 상위 1%가 주식으로 번 돈에는 당연히 세금을 걷어야 한다는 '찬성론'도 있고, 큰손 개미들이 증시에서 이탈하면 모든 개인투자자들이 손해를 본다는 '반대론'도 거세다.
찬반 양측의 주장이 가장 첨예하게 맞붙는 지점은 금투세 도입이 증시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것이냐 하는 점이다. 금투세 체제가 더 선진적이라는 데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다만 우리나라 시장이 아직 선진시장이 아니라는 점에서 섣부른 도입은 분명 증시에 악재가 될거란 우려도 적지않다.
개인투자자 단체를 중심으로는 야당의 금투세 도입 강행 행보에 반발 기류가 더 큰게 사실이다.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근 10여 년간 평균 주식 거래 내역을 바탕으로 산출한 상장 주식 기준 금투세 과세 대상자는 15만명으로 추산됐다. 이는 현재 국내 주식 과세 대상인 '대주주' 인원(1만5000명)의 1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기타 금융상품 투자자를 합치면 실제 과세 인원은 이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세금 부담 역시 현재 2조원(2021년 연간 세수)에서 3조5000억원으로 1조5000억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금투세 도입으로 고액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이탈하면 증시 하락에 대한 실망 매물까지 더해져 결국 소액 투자자들만 피해를 볼 것이란 주장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개인만 내는 것으로 외국인은 가만히 앉아서 거래세 인하 혜택을 누리게 된다. 조세 형평을 무시한 개인투자자 독박 과세"라면서 "미국 주식 양도소득세율은 최고 22%인데 내년부터 국내에서 최고 27.5%의 세금을 낸다면 국내 투자 매력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도입 찬성론자들과 민주당은 '부자감세'를 이유로 맞서고 있다.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2 세법 개정안 토론회'에서도 민주당은 예정대로 내년 금투법 시행을 주장했다.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철저하게 과세되는 근로소득과 달리 주식·채권 등의 매매차익은 비과세된다는 점에서 조세 형평성에 반한다"며 "금투세 도입과 함께 증권거래세를 0.15%로 인하하면 시장이 활성화되고 개미투자자에게도 이익이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큰손 투자자들의 해외증시 이탈 우려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금투세 체제에서 국내 주식의 공제한도는 5000만원, 해외주식은 250만원으로 20배의 차이가 난다. 국내 주식에서 1억원을 벌면 1100만원의 세금을 내지만 해외주식에서 1억원을 벌면 2145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여전히 국내주식이 세금문제에서 해외주식보다 유리한 것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아울러 금투세를 도입하면 증권거래세를 낮춰 결과적으로 개미들에게 이익이 될 거란 의견도 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현재 증권거래세가 0.23%인데 금융투자소득제세가 도입되면 증권거래세를 0.15%로 낮출 수 있어 일반적인 개미투자자들에게는 더 이익이 되는 제도로 설계돼있다"며 "주식시장이 30% 가까이 폭락하지 않았나. 투자 손실을 봤는데도 증권거래세를 내야 하는 문제가 더 크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정부가 증권거래세만 5조 2000억원을 걷었다. 손해를 볼 때도 거래세를 내는게 조세원칙에 더 어긋나고 개미 투자자들이 거래를 하기만 하면 거기에서 세금이 걷히는데, 그 비용을 대폭 낮추겠다는 것"이라며 "이익이 있는 곳에 세금을 내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나. 이게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