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국내 은행이 최근 국채를 팔고 회사채 등 신용채권을 사들이면서 시장 자금 공급에 나섰다. 그간 말라붙었던 채권시장이 녹기 시작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17일 금융투자협회와 금융정보업체에 따르면 은행은 이달 들어 지난 16일까지 국채 약 2조5100억원어치를 순매도 했다.
반면 은행은 같은 기간 사채·금융채·회사채 등 신용채권을 7조2100억원 어치 순매수 했다. 매수 규모는 지난달 같은 기간(4조9300억원) 대비 46% 이상 늘었다.
이밖에 자산운용사도 같은 기간 신용채권을 2조7700억원 매수했다. 지난달 동기(1조6900억원) 대비 1조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업계에서는 금융 당국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정상화 유예와 예대율 규제 완화 조치 결과로 보고 있다. 은행이 국채 수요를 줄이면서, 금리가 높은 공사채·회사채 등 신용채권 매수 여력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독 돋보이는 은행의 채권 매입에 대해 “금융당국이 연이어 내놓은 정책이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며 “유동성 경색 현상이 한고비를 넘었다”는 관측을 조심스레 내비쳤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은행들이 안전선호·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국고채를 적극 매수했었지만 최근 채권시장의 위험선호가 어느 정도 살아나면서 신용채권을 매수하기 시작한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보험이나 기금은 아직 유의미한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다.
시중 자금이 대거 유입된 은행권과 달리 보험이나 기금의 자금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보험은 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오르면서 저축성 보험 해약이 늘어 자금이 빠져나갔다. 증권업계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관련 유동성 경색과 실적 부진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야하는 상황이다. 연기금은 분기별 자산 배분과 집행 계획이 정해져 있어 단기적 시장 상황에 따른 대처가 늦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말에는 원래 기관들이 채권을 잘 안 사는 시기여서 정부와 당국의 정책에도 신용물 거래가 당장 활발해지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며 “내년 1∼2월쯤에야 본격적인 정책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