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실손의료보험료가 내년에도 10% 이상 오를 전망이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손해율이 워낙 높아 작년만큼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20일 보험업계 따르면 주요 보험사들은 보험개발원에 내년 실손보험료에 대한 요율 검증에 착수했다.
보험료의 적정 인상률을 가늠하기 위한 절차로, 이를 통해 금융당국과 보험사들은 인상률을 결정하게 된다. 보험료 변경 시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만큼 연말까지는 조정이 마무리된다. 업계에서는 올해 인상률이 작년보다 낮은 12~13%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손해율이 여전히 높지만 예년만큼은 아닌 데다, 당국의 인상 억제 의지가 어느 때보다 확고하기 때문이다.
실손보험은 가입시기와 보장내역에 따라 4세대로 나뉘는데, 현재 판매중인 상품은 4세대이다. 2021년 7월 이전에 가입한 1~3세대 실손보험은 상품에 따라 3년, 5년 갱신형이고 매년 나이를 먹는 만큼 기본 할증이 붙는다. 특히 내년에 갱신주기가 돌아오는 고령 가입자의 경우 가입 시기와 상품에 따라 50%에서 많게는 100% 이상 실손보험료가 오를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그동안 동결됐던 3세대 보험료 인상폭에 대한 관심 역시 집중된다. 지난 2017년 4월 1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3세대 상품은 5년간 보험료를 올리지 못하다가 올해부터 보험료를 인상할 수 있게 됐다. 보험업감독규정에 따르면 실손보험은 출시 5년이 지나면 최대 25%까지 보험료를 인상할 수 있다.
1~2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1세대 손해율은 127.6%, 2세대 손해율은 109.4%인데, 업계는 올해 더욱 악화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실손보험 손익은 지난 2021년 기준 마이너스 2조8600억원으로 직전년(2조5000억원)과 비교해 적자폭이 3600억원 늘었다. 올해도 이러한 마이너스 구조는 지속하고 있다.
1~2세대 보험료 인상에 3세대 보험료 인상률까지 겹쳐 보험료 부담이 커지는 가입자 수는 훨씬 더 늘어날 전망이다. 손보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3분기 실적발표에서 “3세대 실손 손해율은 118%에 달한다”며 “손해율이 높아 내년에는 보험료를 10% 안팎으로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손보험의 위험손해율은 수년째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100만원의 보험료를 받아 120만원 이상 보험금을 줘야하는 구조가 지속한다.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2017년 121.3%, 2018년 121.2%, 2019년 133.9%, 2020년 129.9% 등 수년째 120%를 넘고 있다.
보험료 인상 대비 위험손해율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건 상반기 내내 진행된 일부 병의원들의 백내장수술 ‘절판마케팅’ 영향도 있다. 금융당국이 백내장수술 보험금 지급 가이드라인을 정할 것이란 소식 이후 일부에서 보험금을 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실손보험 가입 고객들을 부추겼고 백내장수술 보험금 지급이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