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보라 기자] 금리 인상기를 맞아 가계와 기업은 이자 부담에 허덕이고 있는 반면 은행권은 역대급 이자 이익을 쌓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가 지난 몇 년 간 이어짐에 따라 대출 규모가 급증한 가운데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바뀌면서 은행권의 이자이익이 커진 영향이다. 이에 은행들이 과도한 이자 장사를 하지 못하도록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5년간 5대 금융지주가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총 182조1000억원 수준이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거둔 이자이익만 44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5년 전인 2017년(28조4000억원)과 비교했을 때 58% 급증한 것이다. 작년 총이익(이자이익+비이자이익) 중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82.5%였다. 덕분에 5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2017년 9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16조8000억원으로 45.8% 늘어났다. 지난 5년간 5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 합계는 61조원에 달한다.
올해도 은행권은 지난해만큼이나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7일 발표한 국내은행의 2022년 1~3분기 이자이익은 40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조9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를 두고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예대 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에 의존해 '손쉬운 이자 장사'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금리 하락기에는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를 더 많이 내리고, 금리 상승기에는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더 많이 올려 이자 장사에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대 금리차는 2020년 말 2.05%포인트(p), 2021년 말 2.21%p, 지난 9월 말 2.46%p로 계속 커지고 있다. 최근의 예대 금리차(2.46%p)는 2014년 2분기(2.49%) 이후 8년 만에 최대로 벌어진 수준이다.
김성주 의원은 “경기가 좋아도 나빠도 치열한 경쟁 없이 이자 장사로 안정된 수익을 얻고, 이를 통해 과도한 배당과 성과급 잔치가 이뤄지는 것은 문제”라며 “‘약탈적 금융 사회’가 되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더욱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