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손보사 3분기 사상최대 실적 기록
고통분담 지적에도 10%대 인상 예측
업계 "과잉진료·보험사기에 손해율 급증"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손해보험업계의 보험료 인상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손보사들이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보험료를 올리는 건 적절치 못하다는 여론이지만, 업계에선 실손보험에서의 적자를 고려하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손보사들은 10%대의 실손보험료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3세대 실손보험료를 10% 안팎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 선두사가 총대를 메면서 다른 손보사들도 인상 기조를 따라 갈 것으로 보인다.
손보업계는 기존 1~3세대 실손보험 상품 중심으로 손해율 악화가 지속되고 적자 폭이 심화되고 있어 인상이 불가피 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해율은 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손해액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실제로 지난해 손해보험사 13곳의 실손보험 평균 위험손해율은 130.9%다.
손보업계에서는 손해율이 통상 80% 정도면 적당하다고 판단하는데, 실손보험의 경우 자기부담비율이 낮은 과거 판매 상품의 상품구조상, 의료쇼핑 등 과잉진료에 대한 효율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손해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손보험을 활용한 보험사기도 문제다. 금감원에 따르면 의료인이 아닌 브로커가 수술·진료 비용 안내 명목으로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한 후 불필요한 진료나 절차를 제안하는 등의 사기가 적발되고 있다.
하지만 실손보험료 인상 움직임에 대한 불편한 시선도 있다. 손보업계의 실적이 확연히 개선됐음에도 보험료를 올리려는 건 금융권 전반이 고통분담에 나선 상황에서 적절치 못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산 10조원 이상인 국내 손보사 9곳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거둔 순이익은 총 3조89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2% 늘었다.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4대 손보사들로 좁혀보면 올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손보업계가 최근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발표하면서 국민 고통 분담을 이유로 들었는데 실손보험료는 인상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다만 보험업계 관계자는 "장기보험의 손해율이 좋다고 해서 실손보험 손해율까지 좋은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손해율이 개선돼 인하 여력이 있는 자동차보험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