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정부가 금리인상, 자금경색으로 유동성이 불안해진 보험업계에 당근을 내어준다. 금융위원회는 보험사들의 안정적인 자산 유동성 관리를 위해 유동자산 범위를 넓히고 파생상품 거래한도 등을 폐지할 방침이다.
21일 금융위원회는 전일 발표한 ‘보험분야 규제개선 방안’에서 자산운용 규제를 완화하다는 계획을 전했다. 보험사들의 효율적인 포트폴리오 구축을 돕는다는 입장이다.
보험사의 유동성 비율 산정 시 유동성자산의 범위에는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이 추가된다.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만기 3개월 이상 채권도 유동성자산에 포함된다. 보험사들이 보유한 채권을 매각하지 않아도 유동자산으로 인정한다는 얘기다. 보험사의 현금 범위가 늘어나는 셈이다.
채권발행 한도 규제도 유연화한다. 차환 발행 시 기존 발행분(상환예정)은 은행처럼 한도 예외로 인정받는다. 총자산의 6%인 파생상품 거래한도 역시 폐지한다. 대신 투자 집중 위험관리는 지급여력(RBC)비율로 사후·간접 규제한다.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를 약속한 이유는 내년 새로운 회계제도에 대한 보험업계의 부담을 덜기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내년부터 보험부채 기준은 원가에서 시가도 바뀐다. 초기 원가로 평가하지 않고 시장상황에 따라 부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셈이다. 부채 리스크 관리를 위해 필요하지만 기존 거래한도가 적용된다면 파생상품을 자금 창구로 활용하기 어렵게 된다.
급격히 악화된 최근 시장상황도 금융당국의 고민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달 흥국생명은 싱가포르거래소를 통해 2017년 발행한 5억 달러(발행 당시 약 5571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를 연기했다가 철회했다. 금융사가 신종자본증권 조기 상환 연기 소식을 전한 것은 2009년 우리은행 후순위채 이후 13년 만이었다. 이밖에 DB생명보험 역시 콜옵션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이달 13일로 예정됐던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행사일은 내년 5월로 변경됐다.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 시장 자금경색 우려가 불거진 상황에서 보험업계도 예외는 아니라는 말들이 나왔다.
최근에는 보험업계에서 퇴직연금 자산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6월 말 기준 보험업계의 퇴직연금 자산은 106조원정도고, 이중 30%가 내년 만기 도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약 30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더 낮은 수익률이나 고수익률을 기록한 업권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