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묵은 '실손청구 간소화'…의료계 몽니에 국회 문턱도 못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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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묵은 '실손청구 간소화'…의료계 몽니에 국회 문턱도 못 넘어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2.11.2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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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공약 불구 정무위 논의서 제외...연내 통과 또 물거품
'조건부 찬성' 했던 의료계..."법개정 자체 반대" 강경 선회
지난해 6월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보건의약 5개 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의료단체가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보험업법 개정안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대한의사협회
지난해 6월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보건의약 5개 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의료단체가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보험업법 개정안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대한의사협회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였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올해도 답보 상태다. 해당 법안을 강하게 반대해온 의료계는 대선공략을 의식한 듯 최근 제도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며 입장을 살짝 선회하는듯 했지만 공공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하지 않는 민간 주도형태의 간소화를 원하고 있다.

그동안 보험업계와 의료계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두고 입장차이가 큰 이유는 심평원의 중계 여부였다. 대선공약에도 불구하고 의료계는 아랑곳하지 않고 고집을 부리고 있는 셈이다. 보험업계는 심평원이 보험사와 병원 사이에서 실손보험 청구를 중계하는 것이 개인정보보호나 이용 편의성, 안정성, 지속성, 비용 효과성 등에서 가장 효율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총 63개 법안이 안건으로 올랐지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등이 포함된 보험업법 개정안은 빠졌다. 또 보험사기 알선 행위 처벌 강화 등이 담긴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 11건도 안건에서 제외됐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은 지난 20대 국회 때도 8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폐기됐다. 보험업계의 숙원 법안들이 국회 테이블에서 줄줄이 제외되면서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병원이 환자 진료내역 등을 전자문서 형태로 중개기관을 거쳐 보험사에 보내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가 보험금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2009년 국민권익위가 실손보험금 청구 절차를 개선하라고 권고했지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은 의료계 반발에 부딪혀 13년째 표류 중이다. 보험업계는 윤석렬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관련 법안은 이번엔 통과할 것으로 기대했다.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불구하고 보험업계와 의료계는 여전히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도 별다른 진전 없이 제자리에 멈춰있다. 지난 14일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가 개최한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실손비서’ 도입 토론회’에서 의료계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략을 의식한 듯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며 입장을 살짝 선회했다. 그러면서도 의료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등 공공기관을 중계기관으로 지정하지 않고 정보집적과 심사기전이 없는 민간 주도 형태의 간소화를 원하고 있다.
김종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공공기관인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해 의료기관에 보험사로의 청구를 강제화하는 법안에 반대하는 것”이라며 “의료계가 원하는 간소화 서비스는 심평원 등 공공기관을 중계기관으로 지정하지 않고 정보집적과 심사기전이 없는 민간 주도의 형태"라며 "또한 실손보험 가입자의 청구에 대한 자기 결정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통해 의료기관이 중개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사에 비급여 진료내역을 공유한다면 합리적이고 안정적으로 국민의료비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청구 전산화 도입 시 개인정보보호나 이용 편의성, 안정성, 지속성, 비용 효과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중계기관을 심평원으로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 방안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성림 성균관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청구 절차의 효율화에 반대하는 의료계의 반발은 소비자의 의료계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며 “청구 간소화에 따른 보험청구 증가는 보험료 할증 가능성을 높인다"며 "할증을 고려한 소비자의 현명한 보험청구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제도 도입의 주도권을 의사, 병원 관계자, 소비자단체 등 전문가 그룹에 위임하는 8자 협의체를 구성하자”며 “금융위원회, 보건복지부, 의사협회, 병원협회, 의협 추천 소비자단체, 금융위 추천 소비자단체,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가 참여해 ‘실손비서’의 공급자인 의료계와 수요자 대표자인 소비자단체들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진행하고 합의 내용을 의회가 받아들여 법안으로 만들어 내는 방식의 전환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한편 의사단체는 이른바 '조건부 찬성'에도 선을 그으며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강제화 법안 추진에 반대하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다시 못 박았다. 대한의사협회는 16일 입장문을 내고 "지난 14일 국민의힘 정무위원회 주최, 윤창현 의원 주관으로 열린 실손보험금 청구간소화 실손비서 도입 토론회 이후 일부 언론에서 의료계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조건부로 찬성해 13년 만에 청구 간소화 추진이 급물살을 타게됐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결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강제화 법개정에 찬성한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강제화 법 개정 추진은 국민이나 의료인의 입장은 전혀 무시한 채 사익을 추구하는 민간 보험사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잘못된 법안"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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