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매수 1위 '테슬라' 주가 2년來 최저...올해만 50% 빠져
'강달러'에 환차익 챙겼는데...환율 하락에 환차손 불어나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서학개미'들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있다. 엎친데 덮친 악재에 이중 손실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테슬라 주가가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미국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는데, 달러당 원화값이 가파른 속도로 올라 환차손(환율 변동에 따른 손해) 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다.
여기에 최근 서학개미가 주로 많이 사들인 종목의 주가마저 하락폭이 큰 탓에 이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주가가 2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은 점이 뼈 아픈 대목이다. 중국의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오너 리스크’ 후폭풍으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탓이다.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6.84% 급락한 167.87달러로 마감했다. 2020년 11월 21일 이후 딱 2년 만의 최저치이자 올해 들어서만 50% 넘게 하락했다. 자산 대부분이 테슬라 주식인 머스크의 재산도 크게 줄었다. 머스크는 테슬라의 주가 하락으로 이날 하루에만 86억 달러(약 11조 7000억 원)를 잃었다.
최근 중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늘면서 당국이 다시 ‘제로 코로나’ 정책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서학개미들은 하락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테슬라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모습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주(11~17일)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테슬라로 순매수 결제액은 1억 8326만 6575달러(약 2459억 6207만 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주가가 100달러 선까지 빠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미국 리서치회사 22V의 존 로크 애널리스트는 21일(현지시간) 경제매체 배런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술적으로 분석하면 약세장에서 테슬라 주가가 100달러까지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 침체로 기술주 투자 심리가 부진한 가운데 테슬라가 누렸던 ‘전기차 선두 주자’ 효과가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테슬라 외에 서학개미가 세 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미국 반도체지수를 역으로 3배 추종하는 인버스 상품인 '디렉시언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X(SOXS)'의 경우엔 최근 반도체 기업 주가가 상승한 영향에 한 달 새 주가가 56%나 빠졌다. 만약 1430원에 이 종목을 사들인 서학개미라면 손실률은 60%대로 치솟는다.
서학개미는 미국 증시의 주가 하락보다 더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 달러 초강세가 누그러지고 원·달러 환율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환차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300 초중반대를 오가고 있다. 23일 오전 11시23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5.2원 내려간 1351.8원에 거래 중이다.
지난달 25일 환율이 1444.2원으로 연고점을 경신한 것과 비교하면 약 한 달 사이 6.4%가량 하락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꺾였다는 소식에 지난 11일에 원·달러 환율은 하루 새 59.1원이나 급락하기도 했다. 그만큼 변동성이 큰 상황이다.
사실 올해 들어 심화된 원화 약세는 서학개미 입장에선 무시 못 할 위안요소였다. 글로벌 증시 약세로 주가는 부진해도 달러가 강세를 띠며 손실을 일부 만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달러 가치가 가파르게 약세를 띄면서 서학개미는 재차 환손실을 우려하고 있다.
원화를 달러로 바꿔 투자한 서학개미로선 달러 가치가 내리면 가만히 앉아서 손해를 보는 구조다. 예를 들어 달러당 1400원 환율로 A사 주식 100달러어치를 샀다고 가정해보면, 주가는 그대로여도 환율이 1200원으로 내리면 원화 14만원을 주고 샀던 주식이 12만원이 돼 2만 원의 환산 손실이 발생한다.
이달에도 환율 변동성이 극심한 상태여서 환차손 우려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400원 중반대까지 치솟으며 연고점을 경신한 점도 환율이 하락할수록 환차손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한 해외주식 투자자는 "최근에 환율이 하락하면서 미국 증시 부진과 환차손에 따른 손실까지 겹치고 있다"며 "그나마 위안으로 삼던 환차익도 기대할 수 없게 되서 아쉽다"고 말했다.
환율이 급락하면서 서학개미들 사이에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경고’가 재조명될 정도다. 이 총재는 지난달 "환율이 정상화됐을 때를 생각하지 않고 해외 주식에 투자하면 상투를 잡을 위험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