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불안에 '속도조절'...성장률은 0.4% 하향 조정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연 3.25%'로 . 2012년 7월(3.25%) 이후 10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한번에 0.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다소 안정된 만큼 금융시장 안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24일 한국은행은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3%에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은 올해 4월, 5월, 7월, 8월, 10월에 이어 1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최종금리 수준을 3.5%로 보는 금통위원들이 다수라고 밝힌 바 있다.
금통위 내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로 분류되는 서영경, 박기영 금통위원이 최근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언급하면서 베이비스텝을 시사하기도 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1~16일 채권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역시 응답자 100명 중 70%가 베이비스텝을 예상했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1400원대 연고점을 찍은 뒤 1300원대로 하락하면서 부담을 덜게 됐으나 단기자금 시장 경색 등 대내안정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회사채·단기금융시장 불안이 커진 것도 한은이 빅스텝이 아닌 베이비스텝을 선택한 이유로 보인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과 회사채 시장 등을 통한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면 회사채·단기금융시장에서 유동성이 말라버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는 경우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를 역전하거나 장단기금리차가 크게 좁혀지게 되는데 이 경우 순이자마진이 줄어 시장에 공급되는 유동성(자금)이 줄어는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물가 오름세도 여전하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109.21)는 작년 같은 달보다 5.7% 올랐다. 상승률이 7월(6.3%) 정점 이후 8월(5.7%), 9월(5.6%) 떨어지다가 석 달 만에 다시 높아졌다. 앞으로 1년의 물가 상승률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일반인)은 11월 4.2%로 10월(4.3%)보다 낮아졌지만 7월 역대 최고 기록(4.7%) 이후 다섯 달째 4%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한은은 이날 발표한 11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0.4%포인트 내려잡았다. 한은은 지난 8월 올해 성장률은 2.6%, 내년 성장률은 2.1%로 전망했는데 기존보다 내년 전망치를 대폭 낮춰잡은 것이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2% 보다 낮았던 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0.7%)과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5.1%)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