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12월 연말 결산을 앞두고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대표적인 단기자금 조달 수단인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전단채) 시장 경색 현상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28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이달의 CP와 전단채 발행액(ABCP 제외)은 67조1460억원으로 상환액(71조1900억원)을 밑돌았다. ‘순상환’ 상태가 된 건 지난 2020년 12월(당시 8100억원 순상환) 이후 23개월 만에 처음이다.
단기자금시장의 바로미터 격인 CP 금리는 45일째 하루도 빼놓지 않고 연중 최고치 행진을 하면서 지난 27일 기준 연 5.50%까지 올랐다. 수요 마저 부진해 차환이 이뤄지지 않아 CP·전단채 상환액은 23개월 만에 처음 발행액을 앞질렀다.
기업들은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CP 등을 통한 자금조달이 부담스럽고, 설령 발행하더라도 이를 매입할 주체가 없어 자금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 연 5.50% 수준의 CP 금리는 지난 2009년 1월 12일(연 5.66%) 이후 약 13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자금 조달 비용이 불어나는 만큼 기업들이 차환보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상환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CP 시장의 주요 주체인 증권사에 돈이 마른 것도 단기자금시장 경색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회사채 시장도 부진하다. 지난달 회사채 발행을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이 전월 대비 50% 가까이 급감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10월 중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 실적’에 따르면 지난달 회사채 발행 규모는 8조2982억원으로 9월보다 8조1498억원(49.5%) 감소했다. 차환 목적의 발행 물량은 줄고, 운영·시설 자금 마련을 위한 채권 발행이 늘었다.
정부가 ‘50조원+α’ 규모의 긴급 시장 안정책을 통해 급한 불은 껐지만 신용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AA-’ 3년물 금리 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종가 기준 신용스프레드는 173.2bp(1bp=0.01%포인트)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이었던 일주일 전 18일(162.3bp)과 비교하면 차이가 좁혀지긴커녕 더욱 커졌다.
한국은행은 자금시장 경색을 완화 조치에 나선 상황이다. 한은은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하고, 채권시장안정펀드에 자금을 보태 간접적으로 금리가 급등하는 PF-ABCP(프로젝트파이낸싱 자산담보부 증권)를 지원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