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미국 등 선진국처럼 주식시장 상장사의 배당금 규모를 먼저 확인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배당 제도가 개편된다. 외국인 투자등록제는 폐지된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리아 디스카운트 릴레이 세미나’에서 이런 자본시장 선진화 초안을 발표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다른 선진국과 같이 배당금액을 먼저 결정하고 이에 따라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방식으로 법무부와 함께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배당 제도는 상장 기업들이 매년 12월 말에 배당받을 주주를 확정(배당 기준일)한 뒤 다음 해 3월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결정하고 4월에 지급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배당금을 얼마 받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투자하고 몇 달 뒤 이루어지는 배당 결정을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막대한 규모의 글로벌 배당주 펀드 매니저들은 한국 배당주에 대한 투자를 ‘깜깜이 투자’라고 평가 절하하고 투자 자체를 꺼리는 모습도 보인다”고 강조했다.
배당금 결정일 이후 주주를 확정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개편된 경우 배당투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도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배당 규모를 확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관련 발표를 맡은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의결권기준일과 배당기준일을 분리해 배당액을 결정하는 정기주총 이후로 배당기준일을 정할 수 있다는 점을 법령 해석 등을 통해 명확하게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낡은 관행’으로 손꼽히던 외국인 투자등록제도 폐지된다. 외국인 투자등록제는 국내 상장 증권에 투자하려는 외국인이 금융당국에 인적 사항 등을 사전 등록해야 하는 제도다. 1992년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투자를 처음으로 허용한 이후 30년간 유지돼왔다.
송영훈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금융 당국에 대한 사전등록 의무를 폐지하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개인 여권번호, 법인 LEI 번호(법인에 부여되는 표준 ID)로 대체해 투자 편의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 상무는 규제 부담으로 2016년 도입 이후 개설 사례가 없는 '통합계좌'(글로벌 운용사가 다수 투자자의 매매를 한 계좌로 처리하기 위해 개설한 계좌)에 대해서는 최종 투자자별 투자내역 보고 의무를 폐지하고 금융당국이 필요할 때 요구할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공모주 청약 시 기관들의 납입 능력을 초과하는 허수성 청약을 방지하고 적정 공모가를 발견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관사가 기관투자자의 주금납입 능력을 확인하는 것을 제도화해 명백한 허수성 청약을 방지해야 한다”며 “가격발견 측면에서 기관투자자 물량 정보의 유효성이 높아지고 기관투자자 간 불필요한 물량 경쟁이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