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헌법, 근로기준법, ILO 협약 등 위배돼"
[매일일보 최재원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파업에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며 양측 간 대립이 첨예해질 전망이다.
29일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 이후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통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업무개시명령 발동은 지난 2004년 도입 이래 18년 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시멘트 분야 운송사업자와 운수종사자의 운송거부를 철회하고 운송 업무에 즉시 복귀해야 한다“며 ”정당한 사유 없이 운송 업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운행정지 및 자격정지뿐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처벌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 업무개시명령은 피해규모·파급효과 등을 종합 감안해 물류 정상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시멘트 분야 2500명을 대상으로 했다”며 “국무회의 의결이 완료된 현 시점부터 운송거부자에 대해서는 업무개시명령이 집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 장관은 업무개시명령이 운수종사자와 운송사업자를 처벌하려는 것이 아니라며 “화물운송 종사자들이 업무에 복귀하도록 함으로써, 국가 물류망을 복원하고 국가 경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8일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총파업 시작 후 첫 교섭을 진행했으나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할 뿐 별다른 합의 없이 결렬되고 말았다.
정부는 총파업 이후 시멘트 출고량이 평소보다 90∼95% 감소했고, 시멘트 운송 차질과 레미콘 생산 중단으로 전국 대부분 건설 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주유소에서도 재고 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멘트 업계는 파업이 일주일간 더 지속될 경우 저장고가 부족해 생산을 중단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며 정부에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건의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시멘트 업계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전날까지 약 464억원 규모의 시멘트 출하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레미콘 업계 역시 일평균 공급량 70만㎥ 기준 하루당 617억원씩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며,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로 시멘트 공급이 차단됐고 전국 945개 레미콘 공장의 생산이 중단될 위기에 직면했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파업 이틀 차였던 지난주 금요일 잔여 재고로 타설 마친 후 토요일부터 사실상 업무 중단상태”라며 “출근해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오전 출퇴근하는 중이다. 회사에서도 오히려 잔여 연차를 소진하라고 지시가 내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화물노동자에게 내려진 계엄령”이라며 강하게 비난하며 강경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화물연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업무개시명령은 태생부터 오로지 화물노동자의 파업권을 제한하고 탄압하기 위하여 도입됐다”며 “법의 비민주성과 폭력성으로 2004년 도입 이후 단 한 번도 발동된 적 없는 사문화 된 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즉각 업무 복귀를 명령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시 화물노동자의 화물운송 종사자 자격을 박탈할 수 있기 때문에 계엄령에 준하는 명령”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105호 강제근로 폐지 협약에도 위반된다고 반박했다. 이 조항에는 ‘파업 참가에 대한 제재’로서의 강제근로를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