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중소중견부문→지역성장부문 확대개편 결의
노조 “정기인사 조기발표 등 꼼수 이전에 법적 대응”
[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산업은행 노동조합이 부산으로 본점 이전을 막기 위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산은 이사회가 본점 이전을 염두한 조직개편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정기 인사 역시 기존 1월에서 한 달 앞당겨 12월 중에 조기 발표된다. 노조는 이사회의 결의를 본점 이전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간주하고 이사진에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29일 이사회를 열고 조직개편안을 의결했다.
개편안의 주된 내용은 동남권(부산 지역 포함) 영업조직 확대다. 국내지점 영업을 총괄하는 중소중견부문을 지역성장부문으로 명칭 변경했다. 부문 내 네트워크지원실과 지역성장지원실은 지역성장지원실로 통합했다. 유사업무를 일원화시켜 부산지역으로 이전해 지역 성장 지원 업무를 강화한다는 목표다.
개편안에는 동남권투자금융센터를 해당 부문 내 신설해 동남권 지역 녹색금융, 벤처투자, 지역개발 업무 등을 중점 추진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축적된 IB 업무 이양을 통해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정책금융 허브로 발전시킨다는 방침이다.
조선·해운업체의 금융 지원 강화 및 차세대 선박금융업무 지원을 위해 해양산업금융본부 산하 해양산업금융실은 해양산업금융1실과 해양산업금융2실로 확대 개편한다. 해양산업 밸류 체인(Value Chain) 종합 지원체계도 구축한다.
산은 측은 내년 1월 말부터는 동남권 지역에 추가 인력을 근무토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말까지 정원‧예산 확정, 사무 공간 확보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 관계자는 “동남권 지역을 국가 성장의 양대축으로 육성하고 균형 발전이라는 국가적 안건을 실현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강석훈 산은 회장도 지난 9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한 산업은행법 조항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 영업조직을 확대하고 영업자산을 배분해 지역 산업에 기여하는 방안을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다만 산은 노조는 이번 개편안이 부산 이전을 염두한 처사라고 보고 있다. 부산 지역 조직과 인원을 우선 보강해 본점 이전을 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산은 이사회가 ‘부산으로 본점 이전을 위한 법 개정’에 앞서 ‘이전해야만하는 근거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법 문구에 대한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에 올라와 있지만 여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체류된 상태다.
조윤승 산은 노조위원장은 “내년 1월 정기인사를 12월에 조기 발표해 본점 직원 100명을 부산으로 발령할 예정이라고 한다”며 “연내 지방이전 성과를 대통령실과 금융위에 보여주겠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산은 본점 이전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본점 이전의 타당성 등을 충분히 검토해 직원과 국회, 국민을 설득하고 산은법을 개정하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기 위해 로펌을 선임했으며 강 회장이 이사회 결의를 강행하려 한다면 노조는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이사회를 저지함은 물론, 사내·사외이사 전원에 대해 배임과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고발을 하고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