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우리·농협금융 차기 회장 촉각...속속 인선절차 돌입
나란히 호실적 내며 연임 청신호...손태승 회장만 '정중동'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국내 5대 금융지주 회장 중 3곳이 임기를 줄줄이 마친다. 업계에서는 금리 인상기를 맞아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면서 대체적으로 연임 기류가 높은 게 사실이다. 다만 연임의 당위성에 대해 회의적인 현 정부의 스탠스는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 수장 가운데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이달 말을 끝으로 가장 먼저 임기를 마친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연임 중으로 내년 11월말 임기가 만료된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3월 취임해 임기가 2025년 3월까지다.
이에 각 금융지주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논의에 들어가고 있다. 우선 주요 금융지주 중 가장 먼저 인선 절차에 들어간 농협금융지주의 회장 연임 여부는 내년 다른 금융지주 회장 인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달 14일 농협 이사회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가동해 회장 및 자회사 대표 인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농협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라 임추위 개시 40일 내에 최종 후보 추천을 마무리 해야 하는 만큼 이달 20일 전후로 차기 회장 최종 후보가 나올 거로 보인다.
1962년생인 손 회장은 올해 3분기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 NH농협금융은 지난해 사상 첫 순이익 2조원을 달성했고, 올 3분기까지 1조9717억원을 기록했다.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만큼 금융권에선 손 회장의 '2년 임기 후 1년 연장'에 대한 시나리오를 높게 보고 있다.
특히, 손 회장은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의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갖고 있어 이 회장의 의중이 차기 회장 결정에 절대적으로 작용한다. 손 회장은 이 회장 취임 이후 NH농협은행 은행장에 올랐고, 이후 NH농협금융지주 회장까지 승진한 케이스다.
신한금융지주도 지난달 29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하며 인선 작업에 돌입했다. 회추위는 차기 회장 압축 후보군으로 △조용병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을 확정했다. 금융권 안팎에선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무난히 '3연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2017년 3월 신한금융 회장에 오른 조 회장은 지난 6년간 신한금융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 특히 올해는 '리딩금융'을 탈환할 정도로 실적 개선에도 성공했다. 발목을 잡을만한 사법리스크도 없다.
업계의 시선은 오히려 '포스트 조용병'으로 향하고 있다. 조 회장이 이번에 '3연임'에 성공한다면 더 이상의 재연임은 불가능하다. 나이 제한에 걸리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70세 이상 회장 재임이 금지되어 있다. 이번에 회장직에 선출되면 마지막 임기가 되는 셈이다.
우리금융은 손태승 회장의 연임이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여러 변수들이 존재한다. 실적으로만 따지면 손 회장도 연임에 무리가 없다. 임기 중 우리금융의 '완전민영화'라는 숙원을 이뤄냈고, 그룹 수익성도 대폭 개선됐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올 3분기까지 2조7926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해 지난해 연간 순이익과 맞먹는 실적을 거뒀다. 올해는 3조 클럽 진입도 가능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손 회장이 지난달 금융당국으로부터 라임펀드 관련 중징계를 받은 점이 변수다. 금융회사 임원은 당국으로부터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이 불가능하고 향후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당국의 징계가 합당한 지를 두고 법적으로 다퉈볼 여지는 있다. 손 회장은 앞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해서도 당국 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뒤 2심까지 승소한 바 있어 이번에도 소송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우선 우리금융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가동과 행정소송 제기 기한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점에서 손 회장은 숙고를 거쳐 거취에 대한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25일 정기이사회를 열었지만 손 회장의 거취와 관련해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이같은 상황을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관치금융을 비판하며 각 금융사 노조를 중심으로 내부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우리금융 노조는 지난달 9일 성명을 통해 "정권에 의탁한 관치인사의 우리금융그룹 장악 시도를 중단하라"며 "무리한 중징계를 통해 우리금융지주 CEO를 몰아내고 관치인사를 시도하는 우리금융 흔들기가 계속된다면 강력한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