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보라 기자] 금융당국이 예금에 이어 대출과 퇴직연금 금리도 사실상 인상 자제를 요구했다. 금리인상 영향으로 고금리를 주는 은행으로 유동성이 쏠리면서 자금시장이 경색되는 ‘돈맥경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을 비롯해 저축은행, 상호금융에 이르기까지 대출 상품을 취급하는 금융사들의 대출금리 변동 추이를 주 단위로 점검하기로 했다. 대출금리는 2000년 이후 금리 인상기 중 가장 빠르게 뛰고 있다. 지난 10월 말 기준 가계대출금리는 5.34%로 기준금리 인상 전(지난해 7월)보다 2.36%포인트(p) 올랐다. 이 기간 기준금리는 0.5%에서 3%로 2.5%p 인상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금리에 영향을 주는 예금금리도 더는 오르지 않고, 은행채도 발행이 한 달 넘게 이뤄지지 않아 대출금리가 더 오를 요인이 적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달부터 은행권에 예금금리 인상 자제를 당부했다. 은행들의 예금 유치 경쟁은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여 자금시장을 경색시킬 뿐만 아니라 대출금리 상승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기준금리가 인상됐음에도 5%대에서 4% 후반으로 오히려 다소 내려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 2~3년간 저금리로 가계대출이 크게 증가한 가운데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이자 부담이 커졌다”며 “여‧수신금리 인상 자제령은 차주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바람직한 조치”라고 전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금리인상 자제령이 오히려 예대금리차를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금리는 시장금리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오르면 따라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인상 자제령’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당국의 다른 목표인 예대금리차 축소와는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며 “대출금리는 은행이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예외적인 상황이라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은행권에 유동성이 쏠리면서 제2금융권 등의 자금 경색이 심화하는 특이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8일 “금융시장 특성상 쏠림이 생길 경우 금융당국이 일부 비난을 받더라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