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보험, 코로나19發 차량 운행·사고 감소…손해율 개선
‘실손’ 누적 적자, 9년 뒤 ‘112조’…매년 두자릿수 인상 불가피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내년 자동차 보험료는 소폭 내리고 실손의료보험료는 크게 오를 전망이다. 보험업계에선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1%대 인하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반면 실손 보험료의 경우 과잉 진료에 따른 적자가 누적으로 10%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 보험료를 내리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막바지 요율 산정 작업 중이다. 이에 따라 삼성화재 등 대형 손해보험사들을 중심으로 내년 1월 계약일부터 보험료를 최대 1%대까지 내리고 나머지 중소형 보험사들은 각사의 상황에 맞춰 인하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삼성화재 등 대형 5개사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차량 운행량과 사고의 감소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된 효과를 반영해 지난 4∼5월에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를 1.2∼1.3% 내린 바 있다. 이들 5개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올해 1~9월 평균 77.9%로 추가 인하 여력이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당정협의회에서 자동차 보험료 인하를 촉구하면서 손해보험업계는 자동차 보험료 인하의 시기와 폭을 논의해왔다. 자동차보험은 차를 가지고 운전하는 사람은 누구나 들어야 하는 의무보험이다. 가입자만 2000만여명에 달해 자동차 보험료 변동은 물가에 직결될 수 있어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4000만명이 가입한 실손보험의 보험료는 내년부터 10%대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수 치료 등 과잉 진료가 급증하면서 1~4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지난해 142.5%에 이어 올해는 120%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손해율이 100%을 넘는다는 건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에서 적자를 내고 있다는 의미다.
보험사의 실손보험 적자 규모는 2020년 2조5000억원, 지난해 2조800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도 2조원대 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도수 치료와 하지 정맥류, 비밸브 재건술, 하이푸 시술 등 4대 비급여 의료비 항목의 지급 보험금은 1조4035억원이었다.
보험사들은 도수 치료 등 4대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보험금 지급이 이런 추세로 간다면 2026년 4조3000여억원, 2031년 16조3000여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4대 비급여 항목의 누적 지급 보험금은 올해부터 2031년까지 10년간 65조원에 이르게 된다. 보험연구원은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연평균 실손보험료 인상률이 13.4%, 지급 보험금 증가율이 16%였다면서 이런 상황이 유지될 경우 올해부터 2031년까지 누적 적자는 112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2031년까지 손익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는 위험손해율 100%를 달성하려면 이 기간에 보험료를 매년 19.3% 인상해야 한다”고 했다.
오는 8일 보험연구원이 주최하는 ‘실손의료보험 정상화를 위한 과제’ 세미나를 통해 내년부터 적용될 실손보험료 인상률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과 조율을 거쳐 오는 20일께 최종 방안이 확정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물가 상승 우려와 금융 소비자의 부담을 우려해 한 자릿수 인상으로 유도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