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정부와 금융당국의 유동성 긴급투입 조치에도 자금시장 내 분위기가 흉흉하다. 당장 12월 만기가 도래한 기업어음(CP)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규모가 3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연말 자금 수급의 변동성이 크게 높아진 가운데 증권사 CP(15조7000억원) 및 PF-ABCP(17조2000억 원) 등 총 33조원 규모의 만기 도래가 예정돼 있다.
이에 한은은 연말 대규모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어음(CP) 시장을 중심으로 신용경계감이 높아질 것으로 진단했다. 또 환매조건부채권(RP) 시장이 원활히 작동하며 단기금융시장 완충 역할을 했으나 향후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RP시장으로 불안이 전이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금융·경제 이슈분석' 보고서를 통해서도 "시장안정대책에 힘입어 우량물 중심으로 회복 조짐이 있지만 CP시장을 중심으로 여전히 높은 신용경계감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향후 정책효과가 점차 가시화되겠지만 연말 자금수급 여건 등을 비추어 볼 때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위기시에도 위기이전 수준으로의 회복에는 3~6개월 이상 소요된 바 있다.
한은은 발행시장의 경우 CP·단기사채는 시장안정 대책 이후 발행은 재개됐으나 증권사CP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중심으로 발행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시장 유동성과 거래량은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 비우량물과 여전채 등을 중심으로 부진이 회복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향후 CP·신용채권시장은 금리·환율 변동성 확대 가능성, 연말 효과 및 원활한 차환 여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진의 심화 여부 등에 따라 회복 흐름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 관계자는 "결국 원활한 차환 여부가 관건"이라며 "향후 부동산 경기가 경착륙할 경우 PF 브릿지 론 등 취약부문을 중심으로 PF 부실화 우려가 증대되면서 관련 증권사 등의 유동성 상황 및 PF-ABCP 시장 불안이 심화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당국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신용스프레드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17일 162.3bp(1bp=0.01%포인트)로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벌어졌던 신용스프레드는 5일 기준 176bp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