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얼어붙었던 공모채 시장이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지난달 말 하이투자증권과 SK㈜이 수요예측에서 크게 흥행하면서 공모채를 증액 발행한다.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와 함께 국민연금 등이 수요예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기관투자자의 투자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달 발행되는 공모채 규모는 최대 9000억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이는 공모채 발행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12월 발행 물량 4750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공모채 시장이 온기를 띠게 된 배경은 최근 회사채 발행에 나선 기업들이 잇따라 수요예측에서 흥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과 SK㈜는 지난 8일 공모채를 대폭 증액 발행했다. 하이투자증권은 모집금액이 1500억원이었지만 공모채를 3000억원으로 증액 발행하기로 결정했고 SK㈜도 2100억원에서 2900억원으로 발행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채 시장이 11월 폐장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한산했던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띈다는 평가다.
10월과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10월 공모채를 발행했거나 수요예측을 치른 기업은 모두 16곳으로 이 중 10곳이 미매각을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채안펀드 등 정책자금이 채권시장에 활력을 줬다는 분석이다. 채안펀드는 신용등급 AA- 이상 회사채를 매입해 자금시장 경색을 막는 역할을 맡았는데 12월 수요예측에서 제기능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은 셈이다.
채안펀드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회사채 시장이 경색됐을 때도 투자심리를 개선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기관투자자들이 채안펀드의 참여 여부에 따라 수요예측 청약을 결정하는 등 시장 분위기를 선도했는데 2022년 연말에도 이런 효과를 일부 발휘했다.
회사채 시장의 수급 상황이 개선된 점도 공모채 시장 분위기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금융위원회는 기관투자자가 은행채 등 초우량채로만 몰려 일반 회사채 시장의 경색이 풀리지 않자 시중은행 등을 대상으로 은행채 발행 자제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채권 발행량이 많지 않아 기관투자자들이 일반 회사채로 발길을 돌렸다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