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머니무브 방지 위해 과당 경쟁 자제 요청
시중은행 5%대, 보험사‧증권사 6%대 제시
[매일일보 이보라 기자] 연말을 맞아 금융권에서 퇴직연금 고객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머니무브를 방지하기 위해 과당 경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말 시중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44개 퇴직연금 사업자와 46개 상품판매제공자 등 90개 금융사에 “12월 퇴직연금 금리를 결정할 때 상품 제공에 따른 비용과 운용 수익을 합리적으로 반영해달라”는 행정 지도를 전달했다.
여‧수신에 이어 퇴직연금 금리도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것이다. 퇴직연금 경쟁으로 대규모 머니무브(자금 이동)이 나타나면 채권시장이 경색될 우려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린 가운데 최근 금융사들이 퇴직연금 이탈을 막기 위해 과당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확정급여형(DB형) 퇴직연금의 80%가 매년 12월에 만기를 맞는다.
앞서 지난달 말 90개 금융사는 퇴직연금 상품 이율을 공시했다. 금융당국이 퇴직연금 자금 유치 경쟁을 막기 위해 ‘커닝 공시’를 규제해서다. 시중은행은 평균 5%대를, 보험사와 증권사는 평균 6%대를 공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말은 퇴직연금을 많이 불입하는 시기기도 하고 높은 금리를 책정한 중소형 금융사에 고객들이 몰리는 경향이 있어 당국이 예의주시하는 듯하다”며 “당국이 과당 경쟁 자제를 요청해 기준금리가 올랐음에도 상품 금리 인상에는 눈치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연 8%대 상품을 출시했던 키움증권은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키움증권은 당초 퇴직연금 상품 금리를 연 8.25%로 제시했다. 그러나 지난 2일 판매 하루 만에 해당 원리금 보장 ELB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고금리 퇴직연금 금리 경쟁이 채권시장의 혼란을 유발할 수 있어 판매를 중단했다”고 전했다.
금융사들은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를 출시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경쟁하고 있다. 전날 미래에셋증권은 총 7가지 디폴트옵션을 출시했다. 고위험, 중위험, 저위험 각 2종, 초저위험 1종으로 구성돼 있다. 디폴트 옵션은 가입자의 별도 운용지시 없이 사전에 지정한 상품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제도로 본인의 투자성향에 맞는 상품을 미리 정해 운용이 가능하다.
DGB대구은행도 전날 퇴직연금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출시했다. ETF 상품의 라인업으로 국내 및 해외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상품과 2차 전지, ESG, 반도체 등 유망 섹터별 상품을 추가했으며 이후에도 상품 라인업을 강화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금융사들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경품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2023년 2월 말까지 퇴직연금 DC형이나 개인형 IRP 가입 고객 중 TDF(타깃데이트펀드)를 매수하면 금액에 따라 사은품을 제공하고 디폴트 옵션에 등록했을 때도 경품을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이달 31일까지 개인형 IRP 이벤트를 시행한다. 개인형 IRP 계좌에 100만원 이상 입금 또는 계약이전하거나 디폴트옵션 상품에 등록하면 추첨을 통해 경품을 제공한다. 신한투자증권도 퇴직연금 DC‧IRP‧개인연금 고객 중 이벤트 대상 ETF 순매수 금액에 따라 1~3만 네이버페이포인트를 지급하는 연금계좌 ETF 이벤트를 31일까지 실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