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증권사들이 자금조달에 애먹고 있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자금은 대거 이탈했다.
CMA는 증권사가 고객이 예치한 자금을 환매조건부채권(RP),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을 이자로 돌려주는 단기금융상품이다. CMA는 은행 예·적금 상품처럼 수시로 입출금할 수 있고, 이체·결제 기능이 있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CMA 잔고는 60조2354억원을 기록했다. 연초(지난 1월 3일 잔고(69조1867억원)에 비해 12.94%(약 9조원) 줄어든 수준이다. 이 기간 한국증권금융에 예치된 투자자예탁금도 72조원에서 50조원으로 30% 이상 급감했다.
CMA 유형별로 전반적인 감소세다. CMA는 운용 대상에 따라 환매조건부채권(RP)형, 머니마켓펀드(MMF)형, 발행어음형, 기타 등으로 나눈다.
전체 CMA RP형은 올해 초 34조141억원에서 지난 2일 25조1941억원으로 25.93% 감소했다. 같은 기간 MMF형은 3조1650억원에서 2조4732억원으로 줄었고 21.86%, 기타형은 24조4710억원에서 20조3244억원으로 16.95% 감소했다.
CMA 잔고가 줄어든 것은 고금리와 안정성을 앞세운 예‧적금 금리로 자금이 옮겨간 결과로 풀이된다. CMA 전체 계좌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RP형은 국채·지방채·은행채 등 우량 채권에 투자하지만 수익률은 3%대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의 유례없는 긴축 정책에 대응해 세계 각국이 통화 긴축에 동참하면서 이자율이 5% 이상으로 높아진 정기 예·적금이 각광받았다.
이에 증권사들은 CMA 금리를 올려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한 안간힘을 쏟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RP형 CMA 금리를 기존 2.7%에서 3%로 0.3%p 올렸다. MMF형 CMA 금리는 3.04%에서 3.89%로 0.85%p 인상했다.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도 지난달 RP형‧MMW형 CMA 금리를 각각 0.25%p 올렸다.
CMA 유형 중 올해 유일하게 증가세를 이어갔던 발행어음형 CMA도 최근 들어 주춤한 모양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의 자체적인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단기 금융 상품이다.
발행어음형 CMA 잔고는 연초 7조5366억원에서 꾸준히 늘어 9월 말 12조원을 넘겼다. 증권사들은 연 8%대 금리를 제시한 특판 발행어음을 판매하기도 했다. 다만 지난 2일 발행어음형 CMA 잔고는 12조2437억원으로 13조원에 근접했던 11월 대비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