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주요 투자은행(IB)들이 우리 경제의 내년 성장률을 1%대 초반으로 전망했다. 2%대 중반이었던 올해 성장률 대비 급격히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으로,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에 비해서는 한참 못미친다.
6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바클레이즈·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씨티·크레디트스위스·골드만삭스·JP모건·HSBC·노무라·UBS 등 9개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은 지난달 말 보고서를 통해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밝혔다. 이들의 성장률 예상치는 평균 1.1%로 집계됐다.
기관별로 살펴보면 BoA-ML는 내년 우리 경제가 2%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높은 전망치였다. 이어 HSBC가 1.5%, 크레디트스위스·골드만삭스·JP모건 1.4%, 바클레이즈 1.3%, UBS 1.1%, 씨티 1% 등이었다. 노무라증권은 -1.3%로 역성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번 평균 전망치는 지난 10월 말 평균 전망치(1.4%) 대비 0.3%포인트(p) 하락한 수준이다. UBS는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7%p 낮잡았다. 크레디트스위스와 노무라는 각각 0.8%p, 0.6%p 내렸다.
역성장을 예상한 노무라 측은 “한국이 내년 주택가격 하락과 금융여건 악화로 소비가 감소할 것”이라며 성장률 하향조정 배경을 설명했다. UBS 역시 한국의 생산과 수출의 기반이 되는 반도체 등 테크 부문 다운사이클 부진을 예상했다.
국제금융센터 남경옥 부전문위원은 “11월 일부 투자은행에서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큰폭 내려잡으면서 평균이 하락했다”며 “투자은행들은 전반적으로 올해보다 내년 한국 경제가 더 안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투자은행들은 우리 경제 물가 상승률이 올해 5.1%까지 오른 후, 내년에 3.1%로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10월 말 내놓은 물가 상승률 전망치와 비교하면 올해와 내년 모두 0.1%p 내려간 수준이다.
가장 높은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BoA-ML(3.8%)이 내놓았다. 나머지 기관들도 3%대 물가 상승률을 예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2% 물가 상승률 복귀를 예상한 기관은 HSBC(2.7%)와 노무라(2.0%) 등 두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