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채원 기자]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두 달간 6조원 넘게 순매수하던 외국인이 이달 들어서는 약 1조원어치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전날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9599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494억원어치를 팔았다.
같은 기간 기관 투자자 역시 유가증권시장에서 620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1조5149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반도체 종목에 집중됐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 주식을 3816억원어치 팔아치워 순매도 규모가 가장 컸고, 삼성전자는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2448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전자부품업체 LG이노텍(663억원), 4위는 게임사 크래프톤(624억원)이었다.
LG전자(424억원), SK이노베이션(382억원), NAVER(375억원), 아모레G(360억원), KT&G(346억원) 등도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외국인은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각각 1347억원, 1063억원을 순매수하는 등 이달 들어서도 2차전지 종목은 매수세를 유지했다.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매도한 종목은 이달 들어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30일 종가보다 7.2% 하락해 7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삼성전자(-5.3%), LG이노텍(-7.9%), 크래프톤(-21.4%) 등도 지난달 30일 종가 대비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외국인이 매수에서 매도로 포지션을 전환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폭을 결정하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경계 심리가 확산한 영향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연설에서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내놓아 금융시장 랠리를 촉발했으나, 이후 발표된 고용 지표와 비제조업(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각종 미국의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견조해 시장에서 긴축에 대한 공포감이 되살아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