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근현대사에서 보던 노동조합은 어디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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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근현대사에서 보던 노동조합은 어디갔나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2.12.1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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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현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김명현 기자]시대가 아주 많이 변했다. 노동조합의 '기득권 지키기'가 갈수록 노골화되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학창시절, 근현대사 시간에 배웠던 노동자들의 권리 투쟁과는 괴리감이 느껴진다.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한 위인들의 피땀 어린 노력을 담은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했었는데 말이다. 기득권의 횡포에 저항하던 노조는 어느덧 스스로가 기득권을 놓지 않기 위해 그들만의 '투쟁'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현재 기업들은 경영과 투자에 관한 사항까지도 노조에 허락을 '읍소'해야 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사측과 노조 간 힘의 균형을 잃은 지 오래다. 이러한 상황은 노조원의 규모가 압도적인 완성차에서 두드러진다. 기아는 국내 최초 신개념 PBV 전기차 전용공장 건설에 조단위 투자를 확정했지만, 노조는 공장 규모를 늘리라며 착공을 막고 나섰다. 내년 3월 착공 계획이 틀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이유다.

경제계는 국회에 계류 중인 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이 통과돼 노조의 힘이 더 강해질까봐 가슴을 졸인다.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는 "노조법 개정안은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도급업체 사용자와 하도급업체 근로자 간 단체교섭을 강제하고, 정치파업 등 현행 불법 쟁의행위를 합법화한다"라며 "이 개정안이 입법화가 된다면 매년 반복되는 파업으로 국내 자동차산업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노사관계 불안이 한층 가중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또한 기아는 노사 단체협약에 '고용세습' 조항을 둔 국내 60여개 기업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최근 고용부는 이에 대해 시정조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는 공정의 가치가 시대정신이 된 상황에서도 정부 조치에 '노조 죽이기'라며 크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용부는 우선·특별채용 조항을 통해 이뤄지는 고용세습은 헌법 11조에서 보장한 평등권, 고용정책기본법 7조에서 정한 취업기회의 균등한 보장 등을 위배한다고 봤다.

필자는 소위 얘기하는 'MZ세대'다. 기존의 불합리한 사안들이 '관습', '관행'이란 이유로 행해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기 힘들다. 정치외교학과 출신이지만,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으려고 장시간 노력해왔다. 정치 성향을 물어오면 '중도'도 아닌 '중용'이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화물연대 파업 구호에 윤석열 정부 퇴진이 왜 등장했는지도 의아하다. 노동조합의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윤석열 정부의 계엄령', '투쟁', '열사' 등 각종 표현이 과격하기 짝이 없다.

정치 성향이 강한 노조를 일반 국민이 어떻게 지켜보고 있는지, 지금의 노조가 걷고 있는 길이 '귀족 노조', '정치 파업'이란 세간의 평가를 심화시키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좌우명 :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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