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얼마 전 ‘변호사 우영우’가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 덕분에 우리 사회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우리 사회에서 ‘함께’ 지내고 있는 ‘우영우’는 몇 명이나 될까? 보건복지부가 발달장애인법에 따라 조사하여 발표한 ‘2021년 발달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등록 발달장애인이 2021. 12월 기준 25.5만 명이라고 한다. 이는 2018년에 비해 약 2만 명이나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3년간 10%나 증가하였는데, 이러한 수치가 등록 발달장애인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실제 우리 사회 발달장애인이 몇 명이나 되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실제 내년도 예산심의 과정에서 ‘발달장애인 생활실태 전수조사’ 예산이 처음으로 책정되었다고 하니, 앞으로 더 자세히 확인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국선전담변호사로 2년간 일하면서 300여 명의 피고인에 대하여 국선변호를 하였다. 그 중 발달장애인인 피고인을 2명 만났다. 표본이 다소 일반적이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약 7%가 발달장애인이라는 것이니, 실제 발달장애인의 수는 등록 발달장애인의 수보다 월등히 많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필자가 변호하였던 사건들처럼 발달장애인이 피고인으로 재판받는 형사사건도 많다. 그런데 아쉽게도 발달장애인의 특성이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고 진행된 수사 등이 문제된 경우가 많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수원역 노숙소녀 살인사건’에서 발달장애인인 피고인에게 유죄가 선고되었다가 재심을 통해 무죄로 변경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재심에 대한 반성적 고려가 반영되었는지, 재심으로 무죄가 선고된 다음 해인 2014년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되었고, 이 법에서는 범죄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인 피고인에 대해서도 충분한 교육을 받은 발달장애인 전담 검사 및 수사관이 조사할 것과 보호자가 동석할 수 있도록 하되 보호자가 없으면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직원이 동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되어 시행된지 5년이 지났음에도, 수사 현장에서는 발달장애인법이 제대로 준수되고 있지 않다. 필자가 국선변호를 진행한 발달장애인인 피고인은 자신이 등록 발달장애인이고, 해당 장애로 병역이 면제되었다고 진술하였음에도, 발달장애인법에서 정한 조력 사항을 아무것도 안내받지 못하였다(장애인차별금지법 제26조는 장애인이 수사를 받을 때 수사기관이 해당 장애인이 법에 따라 조력 받을 수 있는 사항을 안내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처럼 발달장애인에 대한 법정 수사 조력권 침해되는 것에 대해 필자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였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9월 경찰청에 “발달장애인의 형사 절차상 권리 보호를 위한 수사준칙 마련 등”을 권고하였다. 비단 경찰청만 문제인 것은 아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등록 발달장애인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에 반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발달장애인 전담 검사의 수가 2019년 2명이었다가 2022년 1명으로 오히려 줄어들었고, 구치소와 같은 교정시설은 입소하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처우 관련 지침이 별도로 없다고 하니, 인권수호의 주무관청인 법무부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지난 5월 발달장애인 자녀와 함께 자택에서 몸을 던져 숨진 엄마의 사연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사건이 처음도 아니고 올 한해만 언론에 보도된 것만 5~6건에 이른다. 내년도 예산안으로 여야의 대치 정국이 계속되고 있다. 여야가 모두 민생을 외치고 있는 만큼 발달장애인들이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히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있는 법들만이라도 꼭 지켜질 수 있는 2023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