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의 파킹통장 경쟁이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최근 케이뱅크는 파킹통장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어 토스뱅크가 수시입출금 통장의 금리를 인상하면서 경쟁구도가 된 모양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당국의 금리인상 자제 권고가 있었던 터라 시중은행 반발을 우려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 케이뱅크는 파킹통장의 금리를 올렸다. 케이뱅크의 파킹통장은 ‘플러스박스’다. 플러스박스는 원할 때 언제든지 돈을 빼서 예·적금이나 투자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플러스박스 금리는 연 2.7%에서 3.0%로 0.3%포인트(p) 인상됐다. 이자는 하루만 맡겨도 적용된다.
케이뱅크의 수신금리 인상은 목돈을 투자하기 위한 금리 노마드(유목민)족의 이목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수신고를 확장하기 위한 1차적인 목적은 ‘자금조달’이다. 이자수익을 키우기 위해서는 대출사업을 지지할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 신용 부족으로 은행채를 발행하지 못하는 인터넷은행 입장에서 수신 유치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특히 케이뱅크의 경우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어 고객 규모 확대 등 외형 성장이 시급하다.
이날 토스뱅크도 수시입출금 통장 금리를 올렸다. 토스뱅크의 수시입출금 통장 역시 플러스박스와 마찬가지로 원할 때 돈을 넣고 빼내 쓸 수 파킹 상품이다.
토스뱅크는 5000만원 초과 금액에 대해 연 4% 금리 혜택을 제공키로 했다. 토스뱅크는 기존 1억원 초과 예치 자금에 제공했던 금리 0.1% 혜택은 없앴다. 토스뱅크 수시입출금 통장에 2억원을 넣는다고 가정하면 5000만원에는 2.3% 이자를 제공하고, 기준을 초과한 1억5000만원에 대해서는 4%의 금리를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시중자금이 은행 예·적금 상품으로 쏠리고 있지만, 우대조건을 충족해야 고금리를 받을 수 있다”며 “예금상품에서 기대하는 고금리와 수시입출금통장의 편리함을 접목해 고객들의 어려움을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4% 후반대인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를 감안하면 토스뱅크의 금리 인상 수준은 파격적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고객 혜택은 케이뱅크가 높게 제시했다고 볼 수도 있다. 케이뱅크의 파킹 통장에 제시한 특별한 한도 조건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킹 통장 대비 1년 만기 예‧적금 상품 금리가 더 높은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토스뱅크의 이번 전략은 독특하다. 금리 인상이라고 볼 수 없는 게 5000만원 이상에만 적용한다는 것이다”며 “금리 4%를 적용 받으려면 5000만원을 기본으로 넣고 더 많은 금액을 넣어야하는데 그럴 바에 시중은행을 찾는 게 낫지 않나”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수신금리 경쟁을 자제하라는 당국의 권고가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은행들의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의 권고는 인터넷전문은행에도 적용되는데, 다들 눈치 보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시중은행의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기보다 당국의 지침에 맞춰 제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혜택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카카오뱅크는 파킹통장 금리 인상 경쟁에 동참하지 것으로 예상된다. 카뱅은 지난달 ‘세이프박스’ 금리를 0.4%p 올렸다. 이후 당국 권고가 있었고, 카뱅의 금리 인상 소식도 뜸해졌다. 카뱅 관계자는 “금리에 대해서는 늘 검토하고 있지만 이번 파킹통장 금리 인상에 대해선 정해진 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