逆머니무브 길어진다…'슈퍼리치'도 부동산 대신 예·적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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逆머니무브 길어진다…'슈퍼리치'도 부동산 대신 예·적금으로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2.12.1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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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銀 예·적금 잔액 860조원 돌파...올해 170조↑
금융자산 10억 이상 부자들도 "예·적금 늘리겠다"
금리 인상에 시중자금이 은행 예·적금으로 쏠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직원들이 5만원권을 검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금리 인상에 시중자금이 은행 예·적금으로 쏠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직원들이 5만원권을 검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올해 5대 시중은행의 예·적금 잔액이 170조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고공행진하면서 시중은행으로 돈이 쏠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길어지고 있는 중이다.

13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예·적금 잔액(11월 말 기준)은 860조4864억원으로 10월말(847조2293억원) 대비 13조2571억원 늘어났다. 
지난해 말 대비로는 170조4498억원이 불었다. 예·적금 잔액은 올해 들어 매달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고 10월에 처음으로 800조원을 돌파했다. 예·적금 잔액이 매달 증가한 것은 은행들의 수신금리 인상의 영향이 컸다. 11월 시중은행의 주요 예금상품 금리는 5%대에 달하면서 시중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예·적금 잔액은 늘고 있지만, 저원가성예금인 요구불성 예금은 매달 줄고 있다. 요구불성 예금은 가입 대상, 예치 금액, 예치 기간 등의 제한이 없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인데 이자가 거의 없는 상품이다.  11월 말 기준 요구불성 예금은 611조746억원으로 지난달 대비 14조9413억원이 줄었다. 지난해 말 대비로는 84조1704억원이 감소했다.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성 예금은 낮은 이자를 주고도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핵심 예금으로 분류된다. 큰 폭으로 감소하면 은행들의 유동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시중 자금도 고금리를 찾아 예·적금으로 쏠리고 있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10월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시중 통화량을 의미하는 광의통화(M2, 계절조정·평잔 기준)는 10월 3757조9000억원으로 전달보다 13조8000억원 증가했다. 전달 보합세에서 다시 증가하면서 증가세가 이어졌다.
특히 정기예·적금은 한달새 무려 45조9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관련통계 편제를 시작한 2001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지난 8월 34조1000억원 증가하며 역대최대폭으로 증가한지 두달만에 다시 역대최대폭을 경신했다. 금리인상과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지속된 영향이다. 전달인 9월에도 정기예·적금 증가폭은 8월 다음으로 많은 30조5000억원을 나타냈다. 반면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은 16조1000억원 감소했다. 전달에 이어 다시 통계이래 최대폭으로 줄었다. 요구불예금도 7조7000억원 줄어들고 MMF(머니마켓펀드)도 13조1000억원 감소했다. 한편 금리인상과 안전자산 선호현상은 우리나라 부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도 바꾸고 있다. 부자들이 부동산과 주식 등에서 예·적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비상장 주식이나 가상화폐 등 불확실한 투자처 대신 현금을 늘리며 향후 투자처를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2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한국 부자’는 지난해 말 기준 42만 4000명으로 1년 사이 3만 1000명(8.0%) 증가했다. 전체 인구 중 이들 부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0.82%, 이들이 보유한 총금융자산은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 보유 총금융자산(4924조원)의 58.5%로 집계됐다.  이들은 올해 들어 금리인상으로 부동산시장이 얼어붙고 증시가 하락하면서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한국 부자 4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전체 자산에서 ‘거주용 부동산’ 비중은 지난해 29.1%에서 올해 27.5%로 줄었다. ‘주식·리츠·ETF’(7.9%)의 비중은 전년 대비 0.9% 포인트 줄었다. 대신 예·적금(9.5%)과 현금과 같은 유동성 금융자산(14.2%)의 비중은 각각 1.4% 포인트, 1.6% 포인트 늘었다. 실제 금융투자를 하는 부자들의 37.0%는 주식에서 손실이 발생했다고 응답했는데 수익이 발생했다(22.3%)는 응답보다 많았다. 부자들은 국내외 불확실성 속에 향후 단기 금융자산 운용 방식으로 “예적금을 늘리겠다”는 응답이 29.0%에 달해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반면 가상화폐 등 디지털 자산이나 비상장 주식은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부자들 중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는 8.3%인 반면 과거에 투자했으나 현재는 하지 않는 경우는 17.0%로 두 배 이상 많았다. 디지털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경우는 7.8%로 지난해(8.8%)보다 소폭 감소했으며 ‘과거에 투자했으나 현재는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0.8%로 지난해(4.5%)보다 늘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11월부터 역머니무브 현상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치솟았던 수신금리도 금융당국이 경쟁을 자제하라고 주문했고, 최근 예금금리도 다시 4%대 후반으로 내려간 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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