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채원 기자] 최근 약세장에서도 꾸준히 오르던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로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KRX 2차전지 K-뉴딜지수’는 5118.64로 이달 들어 12% 하락했다. 구성종목 시가총액도 지난달 30일 304조346억원에서 이날 262조3024억원으로 이달 들어 41조원 가량 감소했다.
국내 대표 2차전지주인 LG에너지솔루션은 13일 전거래일보다 1.1%(5500원) 하락한 49만650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말 종가인 58만7000원과 비교하면 15.4% 떨어진 수치다. 삼성SDI와 포스코케미칼도 이날 1% 넘게 하락했으며 이달 들어서는 각각 11.79%, 14.64% 하락했다.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는 이달 각각 10.1%, 11.4% 내렸다.
2차전지주의 부진은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둔화할 것이란 전망에 따른 영향이다.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중국 내 수요가 감소하면서 이날부터 상하이공장 직원들의 하루 교대 근무 시간을 기존에서 2시간 줄인다는 외신의 보도가 있었다.
유럽에서는 전력 요금 상승으로 유지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해서 미국에서는 자국산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시행 시기를 늦추는 개정안이 연내 통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증권가에서는 2차 전지 산업의 약세가 내년 초까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미국·유럽의 탈중국화 이슈가 불거진다면 반등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테슬라 수요 둔화 우려가 2차 전지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진 미국 물가 평균이 5%를 넘는 등 여전히 기준금리가 높은 상황이라 내년 초까진 종목 주가의 약세 분위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주요 수급 이벤트가 모두 종료돼 당분간 약세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과거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카카오뱅크 등 대형 IPO주 대다수가 유동비율이 최종 확대되는 지수 변경일을 전후로 수급 역전에 의한 장기 주가 하락세를 시작한 것과도 유사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수요 감소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예상외로 판매량이 견조하거나, IRA 및 RMA가 구체화되며 미국·유럽의 탈중국화 이슈가 불거진다면 2차전지 업종은 재차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산업을 중국, 한국, 일본이 주도하는 가운데, 미국 내 중국 업체들의 진출이 쉽지 않아져 한국 업체들이 가장 큰 수혜를 받게 될 전망이다”며 “다만 AMPC 예산 대비 예상 혜택 규모가 워낙 커 이부분이 어떻게 적용될 것인가가 2023년 연초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