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그간 고공행진 하던 저축은행 실적이 올해 하반기 들어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저축은행 실적이 하락추세에 접어든 것은 3년 만이다. 기준금리 인상과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에 따라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차이)가 좁혀지면서 영업환경이 악화한 영향이다.
13일 저축은행업계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애큐온·다올 등 자산 규모 상위 7개 저축은행 합산 순이익은 2238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2815억원 대비 무려 20.5% 크게 줄었다.
저축은행별로 보면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이 1년 전보다 20% 감소한 796억원을 기록했다. OK저축은행도 494억원으로 작년동기 보다 3.3% 줄었다. 이밖에 한국투자저축은행(260억원→238억원) △웰컴저축은행(324억원→237억원) △페퍼저축은행(291억원→155억원) △다올저축은행(219억원→157억원) △애큐온저축은행(215억원→161억원) 등 나머지 저축은행들도 실적 하락세가 뚜렷하다.
저축은행 실적이 부진한 배경은 금리 인상에 따른 예대금리차가 축소한 영향이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저축은행의 1년 만기 기준 정기예금(연 5.22%)과 대출 금리(연 11.31%) 차이는 6.09%포인트(P)로 집계됐다. 9월과 비교해 한달 사이 예대금리차가 1.18%P 좁혀졌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올해 들어서만 7차례(1%→3.25%) 인상했다. 저축은행은 고객 유치를 위해 시중은행과 수신 경쟁을 벌여야만 했고, 이 과정에서 예금 이자가 크게 올랐다.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5.48%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연 2.37%)보다 2배 이상 오른 수준이다. 저축은행은 수신을 유치해 대출로 운용해야 하는데,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제한해 있어 예금이자 만큼 대출이자를 올리지 못한다.
최근 들어서야 은행권 수신금리 인상세가 진정되면서 저축은행도 금리 재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금융권 수신경쟁이 언제든 재점화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만큼, 예대마진을 방어하기 위한 업계 노력이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