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실종" 노조 반발..."대선승리 전리품 나누는 꼴"
실제로 BNK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IBK기업은행 등 CEO 교체기를 맞은 금융회사들도 모피아들의 낙하산 인사가 본격화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차기 회장 후보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재정경제부 출신인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다. 특히 이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 4대 천왕으로 금융권 올드보이로 분류된다. 올해 대선 과정에선 윤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김 전 총재는 2020년 3월 BNK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선임된 후 이사회에서 ESG위원장을 맡고 있었지만, 지난 5월 일신상의 사유로 사외이사직에서 자진 사임했다.특히 이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 4대 천왕으로 금융권 올드보이로 분류된다. 우리금융도 전직 관료 출신이 차기 회장으로 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라임펀드 사태로 금융위원회에서 문책경고를 받으면서 연임이 불투명해진 점도 불안감을 더 키우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9일 정례회의를 열고 라임펀드를 불완전판매(부당권유 등)한 우리은행에 대해 업무 일부 정지 3개월, 손 회장에 대해 문책경고 상당의 제재를 내리기로 의결했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금융위가 1년 6개월간 미뤄왔던 징계를 갑작스럽게 결정한 것이 손 회장을 밀어내고 특정 인사의 낙하산 인사를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이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중징계를 받은 손 회장이 소송을 통해 연임을 시도할 가능성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이런 관치금융 논란에 불을 지폈다. 금융권에선 손 회장 후임으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 이명박 정부 때 기업은행장을 지낸 조준희 전 YTN 사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조 전 사장은 윤석열 캠프에서 금융산업지원본부장을 지낸 친정권 인사다.
우리금융 노조 관계자는 "조 전 사장은 한국개인정보보호협의회 부회장, 기업은행장, YTN 사장의 경력을 가졌을 뿐 시중은행 경험이 전무하고, 금융인인지 언론인인지 알 수 없는 인물"이라며 "우리금융 제1대 주주는 우리사주조합으로 과점주주 체제의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대선 캠프 인사인 조 전 사장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차기 기업은행장은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은행장은 별도의 공모나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없이 금융위원장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정치권 입김이 쉽게 미칠 수 있다. 정 전 원장은 기재부 차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쳐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금융감독원장을 지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던 밝혔던 인사 철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시민단체와의 토론회에서 공영방송 사장 임명 논란과 관련해서도 "캠프에서 일하던 사람을 시킨다? 전 그런 거 안 할 것"이라면서 낙하산 인사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바 있다. 내각 인선 관련 비판이 나왔던 지난 7월 출근길 약식회견 때에도 "임명직 공무원에 가장 요구되는 요건은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역량"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복현 금감원장도 금융회사 지배구조는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전문성도 없는 모피아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는 것은 대놓고 관치금융을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위기가 금융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현 상황에서 실력 없는 낙하산 인사들이 보직을 차지하는 것은 더욱 적절치 않고 철학도 명분도 없는 인사"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