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지난달 원‧달러 환율과 국제 유가 하락, 글로벌 수요 부진 등이 겹쳐 반도체·화학 등 우리나라 수출 제품의 전반적 가격 수준(원화 환산 기준)이 13년 7개월 만에 가장 크게 떨어졌다.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11월 기준 수출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2015년 수준 100)는 125.82로, 10월(132.74) 대비 5.2% 낮아졌다. 전달까지 두달 연속 상승했다가 석 달 만에 하락 전환 한 지표다.
전월 대비 하락 폭은 2009년 4월 하락폭(6.1%) 이후 13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다만 작년 동월(11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8.6% 높은 수준이다. 22개월 연속 상승했지만 상승폭은 2021년 3월(5.9%) 이후 가장 작았다.
품목별로는 공산품 중 석탄·석유제품이 전월에 비해 8.0%, 화학제품이 6.9% 하락했다. 세부 품목에서는 경유(-10.3%), 제트유(-12.1%),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21.2%), 시스템반도체(-6.6%), D램(-4.4%) 등의 가격이 뚜렷하게 낮아졌다.
주된 요인은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분석된다. 원·달러 환율은 11월 평균 달러당 1364.1원으로 10월 평균 1426.7원보다 4.4% 하락했다. 전년동월대비로는 15.3% 상승했다.
11월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는 10월(156.30)보다 5.3% 낮은 148.07로 집계됐다. 3개월 만의 하락세지만, 1년 전보다는 14.2% 올랐다. 국내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2020년 4월 5.7% 하락한 이후 하락폭은 가장 컸다.
주로 석유 등 광산품(-8.2%), 화학제품(-4.6%), 석탄·석유제품(-4.5%) 등이 수입 물가를 끌어내렸다. 무엇보다 국제 유가가 10월 평균 91.16달러(두바이유·배럴당)에서 11월 86.26달러로 5.4% 떨어진 데 큰 영향을 받았다.
특히 세부 품목 가운데 제트유(-17.9%), 경유(-10.6%), 쇠고기(-9.6%), 원유(-9.5%) 등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많이 하락했다.
서정석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수출 물가는 원‧달러 환율과 국제 유가 하락,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부진 등 때문에 석탄·석유제품, 화학제품, 반도체 등 컴퓨터·전자·광학 제품의 가격이 내렸다”며 “수입 물가 역시 환율과 유가가 떨어지면서 원유 등 광산품,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가격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