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4대 은행 외화 LCR 평균 124.7%…5.75%p 상승
커미티드라인‧외화증권대차계약‧클럽론 등 조달 다변화
[매일일보 이보라 기자]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 번복 사태로 외화 채권 시장 신뢰에 금이 간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외화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외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평균은 124.7%로 2분기(118.95%)대비 5.75%포인트 상승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하나은행이 144.08%, 국민은행은 123.63%, 신한은행은 121.12%, 우리은행은 109.97%를 기록했다. LCR은 은행이 보유한 고유동성 자산을 30일간 순 현금 유출액으로 나눈 값이다.
올 들어 각국 중앙은행들이 긴축 정책을 펼친 영향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비해 은행들은 외화 조달을 선제적으로 확대했다.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의 올해 3분기 외화 차입금 평균 잔액은 총 46조528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7.9%(15조777억원)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 국민은행은 18조3631억원으로 69.8% 증가했고 우리은행도 10조2581억원으로 50.7% 늘었다. 하나은행은 9조239억원으로 24.5% 증가했다. 신한은행도 8조8835억원으로 35% 늘었다.
앞서 금융당국에서도 위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안정적으로 외화 조달과 운용구조를 구축할 것을 당부한 바 있다. 김영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일부 은행이 추진중인 보험사와의 외화증권 대차거래와 같이 유사시 외화유동성을 조달할 수 있는 신규 수단을 적극 발굴해 달라”며 “커미티드라인 등 위기 시 신속하게 외화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창구를 각 은행의 사정에 맞게 선제적으로 확보해 달라”고 전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외화차입 여건은 좋지 않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11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사태의 영향으로 은행 외화차입여건이 악화됐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1일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미행사한다고 밝혔다. 추후 환매조건부채권(RP)을 발행하며 콜옵션을 행사했지만 여파는 이어졌다.
앞으로 외화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 8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미 연준의 양적 긴축 지속과 함께 미 달러화 유동성 축소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외화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할 수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최근 커미티드라인을 확대하는 등 외화 조달 방법을 다변화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과 100억엔(약 960억원) 규모의 외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커미티드라인 약정을 신규 체결했다. 커미티드라인은 약정을 맺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약속한 한도 내에서 외화를 공급받을 수 있는 조달 방식이다.
현재 신한은행은 약 11억달러 규모의 외화 커미티드라인을 갖게 됐다. 또한 우리은행은 8억달러 규모, 농협은행은 1조7억달러 규모의 커미티드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기업은행도 약 3억달러 규모를 보유 중이다.
은행들은 다른 금융사와 이종통화 간 유가증권 대차거래도 맺었다. 이는 지난 8월 금융감독원이 국내 금융사들의 외화 유동성 관리를 지원하고자 비조치 의견서를 발급하면서 활성화됐다.
국민은행은 신한라이프와 외화증권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신한라이프가 보유한 외화증권을 빌려 이를 담보로 외화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대차거래 실행은 추후 시장 상황과 거래비용 등을 고려해 진행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신한은행도 교보생명과 이종통화 간 유가증권 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신한은행은 내년 초 신한라이프와도 유가증권 대차계약을 계획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9월에는 지속가능연계차입 형태로 외화 클럽론 미화 4억달러를 국내 최초로 차입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국내 최초의 차입 외화 클럽론을 통해 조달 수단을 다변화함과 동시에 조달비용 역시 절감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