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염재인 기자] 일본 정부가 적 미사일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을 보유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미국은 "역사적 조치"라며 반색했지만,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며 무력시위에 나서면서 아시아 군비경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안보 전문가들은 이날 일본 정부의 3대 안보문서 개정을 주목하며 동아시아 지역이 긴장 속에 불안정해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앤킷 판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은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북한, 중국이 인지하는 위협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동아시아에서 이런 역학관계가 더 심화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아시아에는 군비를 감축할 수단이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16일 오후 임시 각의(국무회의)에서 반격 능력 보유를 포함해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아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결정했다. 이는 외교·안보 기본 지침인 국가안전보장전략, 자위대 역할과 방위력 건설 방향을 담은 국가방위전략, 구체적인 방위 장비의 조달 방침을 정리한 '방위력정비계획'을 의미한다.
일본은 반격 능력에 대해서 "일본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하고, 그 수단이 탄도미사일 등에 의한 공격일 경우 '무력행사 3요건'에 근거한 최소한의 자위 조치"라고 강조했다. 무력행사 3요건이란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아 국민의 생명·자유에 명확한 위험이 발생하고, 국민을 지키기 위한 다른 수단이 없으며 필요 최소한으로 실력 행사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일본의 '반격 능력 보유' 선언에 미국은 즉각 환영하고 나섰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백악관 명의로 성명을 내고 "일본이 새로운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을 채택한 것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강화하고 방어하기 위한 담대하고 역사적 조치"라며 반색했다.
반면 중국은 일본이 '반격능력'을 포함하는 안보 문서를 확정하자 거세게 반발했다. 중국은 일본이 '반격 능력'을 포함하는 안보 문서를 확정한 날 항모전단을 동원해 무력시위에 나섰다.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이 이끄는 함대는 오키나와 해역을 지나 태평양으로 향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랴오닝함 전단에 1만톤급 국축함이 최대 3척 참여했다며 역대 가장 강력한 조합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중국은 안보 문서 개정에 대한 일본 강의 결정이 공개되기 직전 일본에 경고장을 날린 바 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아시아 인접국의 안보 우려를 존중하고 군사·안보 영역에서 언행을 신중히 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며 "중국의 위협을 과장해 자신들의 군비 확장 핑계를 찾는 시도는 성공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