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아슬했으나 파업 없이 9년 만에 타결
대우조선해양도 빠르게 타결, 현대제철 노사 협상도 진행 중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올해는 파업 리스크에서 벗어나 연내 타결에 속도를 내고 있어 한시름 던 상황이지만, 내년에도 임단협 난항은 당연해 기업들의 고민은 계속될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임단협 노사 타결을 이뤄내며 올해 국내 조선사들에 잔뜩 겼던 파업 먹구름은 무사히 지나가게 됐다.
국내 조선업 맏형인 현대중공업 노사 간 임단협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파업 없이 임단협을 마무리한 것은 9년 만이며, 해를 넘기지 않고 타결한 것은 7년 만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15일 전체 조합원(6660명)을 대상으로 2022년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벌인 결과, 투표자 6179명 중 3551명이 찬성(57.47%)해 가결됐다고 밝혔다.
2차 잠정합의안에는 주유 상품권 지급액을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담겼다. 배우자 종합검진 비용도 지원률을 50%에서 100%까지 올렸다. 나이 제한 요건도 없앴다. 이밖에 △기본급 8만원 정액 인상(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본인‧배우자 치과 보철료 연 50만원(2년 적치 가능) 이내 지원 △생산기술직 정년퇴직자 기간제 채용 확대 등 1차 합의안에 포함됐던 내용들이 그대로 반영됐다.
앞서 노사는 올해 7월 상견례를 한 후 5개월여 만인 지난 6일 첫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으나 조합원 찬반투표를 넘지 못했다. 당시 찬성이 49.94%로 반대(49.69%)보다 많았지만, 과반이 되지 않아 부결됐다. 이후 부결 닷새만인 지난 13일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교섭이 급물살을 타면서 파업은 막게 됐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교섭 난항으로 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노조와 공동파업하기로 했었다. 이전에도 2019년과 2020년 임단협이 지난해 7월에 이르러서야 타결됐고, 이 과정에서 전면파업과 크레인 점거 등 숱한 진통을 겪은 바 있다. 지난해 임단협 역시 해를 넘겨 올해 5월 타결됐다. 올해는 현대중공업 창립 50주년으로 노사 모두 무쟁의·연내 타결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임금단체협상 잠정합의안도 지난 8일 찬성률 50.8%로 가결됐다. 합의안에는 기본급 8만5000원 인상, 격려금 200만원 지급, 하계 휴가비 30만원 인상 등이 담겼다.
국내 2위 철강회사인 현대제철 노사 또한 파업이 있긴 했지만 지난달 극적으로 임단협 교섭에 돌입해 논의 중에 있다. 임금과 단체협상, 특별상여금 등에 대해서는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노조가 지난 6일 진행된 민주노총 총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사측과 교섭을 진행한 만큼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현대제철 노조는 현대자동차·기아 등이 받은 특별격려금 400만원 지급과 4개 지회 공동교섭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지난 5월 2일부터 146일 동안 충남 당진제철소에 위치한 사장실에서 점거 농성을 벌였다. 9월 24일부터는 당진제철소에서 ‘게릴라 파업’을 실시했다.
조선사들 등이 다행히도 올해는 연내 타결에 속도를 내지만, 내년에도 임단협에 따른 노사 갈등은 지속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내외적 상황이 좋지 않은데 매년 임단협 협상으로 경영에 부담이 커져 우려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