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국책은행의 희망퇴직(명예퇴직) 제도가 사실상 사문화됐다. 희망퇴직을 선택하는 사람이 없어서다. 국책은행 인사 적체는 올해를 거쳐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지난달 18~22일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대상은 모든 직급 10년 이상 근속자로 만 40세 이상부터 만 56세까지다. 보상 규모는 퇴직금은 월 평균 임금의 20~39개월치로 지난해보다 11개월치 확대됐다.
같은 기간 수협은행은 모든 직급 15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보상 규모는 최대 37개월치다. 지방은행인 BNK부산은행과 BNK경남은행도 지난 1일까지 신청을 받았다. 10년 이상 근속자에 월평균 임금 32~42개월치를 지급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시중은행 희망퇴직은 내년 1월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희망퇴직 신청규모는 올해도 수천명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5대 시중은행의 신청자만 3646명에 달했다. 국민은행 674명, 하나은행 478명, 농협은행 427명, 우리은행 415명, 신한은행 250명 등이다.
반면 산업은행·IBK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희망퇴직은 올해도 잠잠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책은행의 희망퇴직제도는 지난 2015년부터 사실상 폐지됐다. 감사원이 국책은행의 희망퇴직금 지급 규모가 과다하다고 지적한 이후다.
실제로 국책은행의 희망퇴직 보상 규모는 시중은행에 한참 못 미친다. 국책은행에는 희망퇴직 대신 준정년제도가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국책은행 준정년퇴직금은 일반 정규직원(15~20년 이상 근속, 1~5년 내 정년을 앞둔 자)에 대해 월평균 임금의 45%에 잔여 월수의 2분의 1을 곱해 산정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책은행 직원 대다수는 임금피크제를 선택하고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임금피크제 직원 비중은 산업은행(9.81%), 기업은행(7.07%), 수출입은행(2.94%) 등 순이다. 시중은행의 임금피크제 선택 비중이 최고 2%인 데 비하면 월등히 높은 셈이다.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국책은행 노동조합의 고민들은 기획재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신명예퇴직 제도(임금피크제 2년차 직원에 약 2억원 지급)가 대표적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의 인건비 절감 정책과 정면 대비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