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지난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출만기 연장, 이자상환 유예 등 금융지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부실징후기업 수가 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영향으로 인해 경기 상황이 악화한 영향이다. 금융 지원 조치가 종료되면 기업 부실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채권은행이 올해 정기 신용위험을 평가한 결과 185개사가 부실징후 기업(C·D등급)으로 선정됐다. 전년보다 25개사가 증가했다. 부실징후기업 중 C등급(경영 정상화 가능성 높음)은 전년보다 5개사 늘어난 84개사, D등급(경영 정상화 가능성 작음)은 20개사 증가한 101개사였다.
규모별로는 대기업(금융권 신용공여 500억원 이상)이 2개사, 중소기업(금융권 신용공여 500억원 미만)이 183개사였다. 금감원은 “한계기업 증가 및 복합위기에 따른 중소기업의 경영 악화가 심화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기계장비업이 20개사로 가장 많았다. 금속가공(16개사), 부동산(15개사), 도매·상품 중개(13개사)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업종별 증감을 살펴보면 내수 산업인 부동산업(12개사↑), 식료품 제조업(8개사↑), 도매·중개업(6개사↑) 등에서 부실징후기업 수가 늘어난 것이 두드러졌다. 실적 호조를 보인 자동차업(7개사↓), 금속가공(5개사↓)은 감소했다.
다만, 금감원은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금융권 신용공여 규모가 지난 9월 말 기준 1조5000억원으로 크지 않아 국내 은행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고 분석했다. 부실징후기업 선정에 따른 은행권의 충당금 추가 적립액은 약 1367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로 인한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변화폭은 0.01%포인트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평가 결과에 따른 기업 지원도 실시된다. 워크아웃 신청 기업(C등급)에 대해서는 기업의 자구 노력을 전제로 채권단 금융 지원을 통한 경영 정상화가 추진된다.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정상 기업(B등급)에 대해서는 신속금융지원 제도나 프리워크아웃 등을 통한 지원이 이뤄진다.
정기 신용위험 평가는 채권은행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부실징후기업을 선별하기 위해 시행하는 제도다. 평가등급별로 필요한 사후조처가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