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대표적인 환율 수혜주로 지목된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수출기업들의 주가 부진이 예상된다.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업황부진으로 인해 올해 4분기 큰 폭의 실적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환율 상승세가 꺾이면서 실적이 악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13.3원 하락한 1289.6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 1200원대로 내려온 건 지난 2월 24일(1202.40원) 이후 10개월여 만이다. 환율은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 등에 11월 초를 기점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수출기업들은 환율 변동성에 민감하다. 이들은 통상 판매대금을 달러로 받아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이익을 누려왔다. 그러나 최근 환율이 하락 전환한 데 더해 반도체 가격마저 떨어지면서 실적 우려가 커진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20일 종가 기준 5만8600원이었다. 이는 현재까지 52주 최고가로 남아 있는 지난해 12월 24일 8만800원과 비교하면 27% 하락한 수치다. 반도체 의존도가 큰 SK하이닉스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SK하이닉스 주가는 7만8300원으로 지난 2월 17일 52주 최고가(13만4000원) 대비 42% 하락했다.
에프앤가이드는 삼성전자가 올해 4·4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0.3% 늘어난 76조7130억원 매출액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0.7% 줄어든 8조2264억원으로 추정했다. SK하이닉스는 10년 만에 분기 기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주 역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환율 효과 소멸로 부정적 전망이 앞선다. 현대차는 전날 장중 한 때 전 거래일 대비 2.83% 하락하며 15만450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지난 9월 19일 종가(20만1500원)와 비교하면 석 달 만에 20% 넘게 빠졌다. 같은 날 기아도 장중 2.40% 내린 6만900원으로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다만 조선주의 경우,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에도 긍정적 전망이 제기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 컨센서스가 있는 276개 종목 중 향후 1년간 영업이익 추정치가 최근 한 달 새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삼성중공업(123.5%)이었다. 2위는 대우조선해양(118.9%)이었으며 현대중공업과 한국조선해양의 컨센서스도 각각 14.6%, 13.8%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