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러시아 침공' 300일 맞아 전격 미국 방문
바이든과 정상회담 '지원 방안' 논의…러시아 반발
[매일일보 염재인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에 따른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젤렌스키의 이번 미국 방문은 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300일 만에,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이뤄졌다.
이날 바이든·젤렌스키 대통령은 2시간여 동안 정상회담을 한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는 평화를 추구하는 데에 열려 있지만 러시아는 그렇지 않다"며 "(블라디미르) 푸틴은 이 잔인한 전쟁을 끝낼 의사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러시아의 침공이 이어지는 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지속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185억달러(약 2조3000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 방침을 밝혔다.
이는 미국이 지금껏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것 중 단일 지원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지원 패키지에는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가 포함될 것"이라며 "패트리엇 포대를 훈련하는 데는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방어하는 또 다른 핵심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는 1년 중 가장 춥고 어두운 시기에 의도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인프라를 파괴하고 있다"며 미국은 전쟁이 이어지는 한 우크라이나와 함께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지원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도움과 지지에 매우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패트리엇 미사일 지원은 방공 능력을 강화하는 데 핵심적 조치가 될 것"이라며 "이는 우크라이나 상공을 지키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수단이며 우리 영토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힘줘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종식 방안에 대한 질문에 "단지 평화를 위해 내 나라의 영토와 주권, 자유에 대해 타협할 수는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또 그는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평화"라고 전제한 뒤 "전쟁은 거대한 비극으로, 전쟁이 오래 지속될수록 (자식을 잃은) 더 많은 부모가 복수를 바란다"며 "그렇기 때문에 어떤 전쟁에서도 우리에게 부과되는 '그냥 평화'(just peace)란 없다"고 피력했다.
러시아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깜짝 미국 방문에 "우크라나이에 좋은 징조가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로 긍정적 결과를 기대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미국의 무기 지원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이 계속되고 있고 무기 범위는 확장되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은 갈등의 악화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