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불안지수 '위기단계' 진입…역대 세 번째
전문가 58% "1년 내 심각한 단기 충격 온다"
한은 "누증된 부채·부동산 침체가 불안 촉발"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내년 중 금융위기가 불어닥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시스템 불안 상황을 보여 주는 '금융불안지수'(FSI)가 역대 세 번째로 '위기 단계'에 진입했고, 국내외 금융·경제 전문가 10명 중 6명은 1년 이내에 국내 금융시스템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단기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22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22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의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시스템 불안 상황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으로 10월 위기 단계인 23.6까지 올랐다. 위기 단계 진입은 올해 처음이자 이번이 역대 세 번째다. 금융불안지수는 지난 3월(8.6) 주의단계에 진입한 후 지속적으로 올라 10월 23.6으로 임계치(22)를 넘어섰다.
금융불안지수는 지수가 높을 수록 그만큼 금융불안이 커졌다는 뜻이다. 이 지수가 8을 넘으면 '주의 단계', 22를 넘으면 '위기 단계'로 분류된다. 금융불안지수가 위기 단계에 들어선 때는 2008년 금융위기때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두 차례로, 이번이 세 번째다.
가장 최근에 위기 단계에 진입한 것은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4월(24.7)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월에도 9.3을 기록해 주의단계에 진입한 후 6개월 만인 같은해 7월(22.0) 위기단계에 진입해 10개월 연속 '위기 단계'가 이어진 바 있다. 2008년 12월엔 57.6까지 뛰어 오르는 등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은 관계자는 "주요국 통화긴축 지속, 실물경기 둔화, 자산 가격의 급격한 조정 및 글로벌 달러유동성 축소 가능성은 당분간 주요 금융안정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불균형이 완화됐으나, 주요국의 통화긴축 기조 지속 및 경기둔화로 인해 취약 가계·자영업자, 한계기업 등의 잠재부실이 현재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이 국내외 금융·경제전문가 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2년 하반기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1년 이내에 금융시스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단기 충격 발생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매우 높음' 또는 '높음'으로 응답한 비중이 58.3%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서베이 실시 이래 역대 최고 수준이다. 올해 6월 말(26.9%) 수준과 비교해 두 배 가량 늘었다. 반면 '낮음' 또는 '매우 낮음'으로 응답한 비중은 5.6%로 6월 말(32.1%)보다 큰 폭 하락했다.
중기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음' 또는 '높음'으로 응답한 비중도 40.3%로 지난 6월 말(32.9%)보다 높아졌다. '낮음' 또는 '매우 낮음'으로 응답한 비중(15.3%)은 지난번 조사(25.3%)보다 하락했다.
국내외 금융·경제 전문가들은 또 현재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가장 큰 리스크로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 및 상환부담 증가(69.4%)'를 꼽았다.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 악화에 따른 부실위험 증가'(62.5%), '금융기관 대출 부실화 및 우발채무 현실화 우려'(48.6%), '국내 시장금리의 급격한 상승'(43.1%), '부동산 시장 침체'(36.1%) 등도 주요 리스크로 봤다.
한은 관계자는 "그간 누증돼 온 가계·기업 부채, 높은 부동산가격 등이 금리 상승에 따른 유동성 축소를 계기로 금융시스템 불안을 촉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적지 않음을 시사한다"며 "금융당국은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정책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