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예탁금 2거래일 연속 45조원대… 1월比 30조원↓
“연말 북클로징, 경기침체 우려에 산타랠리 기대 어려워”
[매일일보 이채원 기자] 크리스마스 이후 증시가 상승세를 보인다는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후퇴하며 개인 투자자의 거래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연말 북클로징,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증시가 반등할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자금을 뜻하는 투자자예탁금은 20일 기준 45조3633억6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70조원대를 보인 것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도 눈에 띄게 줄었다. 21일 기준 코스피 거래대금은 5조1025억원으로 3거래일 연속 5조원 초반대를 기록했다. 지난 19일에는 연저점인 5조181억원을 나타내기도 했다.
12월 증시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내보이고 있다. 코스피는 이달 6일 2400대를 내어준 후 줄곧 2300대에 머물고 있다. 코스닥도 6일 이후 700에서 720대 사이 박스권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미국 증시도 다르지 않다. 나스닥은 15일 1만1000선을 내어준 뒤 21일까지 1만선에서 지수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연말 북클로징으로 거래량이 줄고 경기침체 우려가 부각되면서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사그라들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회계연도 장부를 마감하는 시기인 연말 기관투자자들은 장부상 수익이나 손실에 변화가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또 올해 마지막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내년 최종금리 상단을 5.1%로 높이겠다고 밝혀 긴축 의지를 드러냈다.
증권가에서는 연말까지 괄목할만한 증시반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한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 북클로징 영향으로 거래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데 국내 두 시장 합산 거래대금은 한때 9조~10조원 초반대로 감소했다”며 “외국인의 프로그램 비차익 순매수는 코스피가 2500p에 도달한 이후 정체됐고 순매도세는 제한된 모습인데 올해 장세는 급반전보다는 현상 유지에 가까울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증시는 경기침체 우려로 인한 연말 산타랠리 기대감이 후퇴했다”며 “나아가 중국 정부가 내년도 경기부양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동시에 중국의 사망자 통계가 부정확하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정책 완화에 따른 본격적인 리오프닝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판단돼 관련 수혜주를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달 FOMC를 변곡점으로 연준의 통화긴축 속도조절 기대를 반영하며 올라섰던 2차 베어마켓랠리(10.13~12.14일)는 종지부를 찍었다”며 “이제 증시는 성탄절 전후로 찾아오는 산타랠리 시작의 경계점에 와 있지만, 올해는 금리 인상폭의 불확실성, FOMC의 낮은 경제성장률 예측으로 산타랠리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고 분석했다.
그는 “연준은 12월 FOMC에서 내년 1월 말과 2월 초에 예정된 FOMC에서 25BP 금리인상에 대한 가이던스를 분명히 제시했어야 했지만, 금리 인상폭에 대한 불확실성만 키워 놓았다”며 “내년 상단 5.6%를 염두에 둔다면 현재 시장이 예상하고 있는 연준의 금리 인상 중단 시기는 3월에서 5~6월로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어 “12월 FOMC에서 제시한 내년 경제성장률은 기존(1.2%)보다 낮아진 0.5%로 잠재성장률(1.8%)을 하회해 연착륙 기대를 저버리게 했다”며 “정책금리가 중립금리를 상회하는 긴축 기간이 장기화될 경우, 경착륙 확률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