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인원 제한 없이 치러져 '7000명 참례'
"탐욕에 주린 자들, 이웃 것 탐하고 사람들 희생시켜"
[매일일보 염재인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현지시간) 전쟁에 지친 사람들과 가난한 이들을 기억하자고 전 세계에 촉구했다. 또 전쟁과 탐욕스러운 소비주의 등도 함께 경고했다.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집전한 성탄 전야 미사에서 강론을 통해 "탐욕과 권력욕이 넘치는 사람들은 그들의 이웃까지도 소비하고 싶어 할 정도"라고 한탄하면서 이러한 메시지를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참석 인원이 제한됐던 2020∼2021년과 달리, 올해 성탄 전야 미사에는 약 7천명의 신자, 관광객, 순례자들이 성베드로 대성전을 가득 메웠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님이 생의 첫 몇 시간을 마굿간의 구유에서 보낸 겸허한 생애에 대해 언급하며 강론을 시작했다. 그는 "말과 가축들이 구유에서 먹이를 먹고 있는 동안, 이 세상의 남녀들은 부와 권력에 굶주려 이웃의 것, 형제‧자매의 것까지도 빼앗아 소비하려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그동안 본 전쟁만 해도 얼마나 많은가! 오늘날까지도 얼마나 많은 곳에서 인간의 존엄과 자유가 경시당하고 능멸 당하고 있는가" 하고 개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특정한 전쟁이나 상황을 지목해서 말하진 않았다. 다만 전쟁 등 탐욕으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을 들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올해의 성탄절에도 예수 탄생의 그때처럼 세상은 돈과 권력, 쾌락을 탐하는 자들이 약자들과 수많은 가난하고 소외된 아이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생명들이 살아갈 여지를 남겨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황은 사람들에게 낙담하지 말고 용기를 내자고 독려했다. 그는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향해 "여러분 모두가 공포와 포기, 낙심에 빠져서는 안된다"라며 "그리스도가 말 구유에 누워있었던 것은 진정한 생명의 힘은 돈과 권력이 아니라 사람들, 인간관계에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