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시행 후 노동현장 사망 사고 감소 효과 미미
"안전 예방 조치보다 처벌 회피 조치만 늘어"
[매일일보 이소현 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을 앞두고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산업재해 예방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처벌보다 예방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26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재해조사대상 사망사고' 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1~3분기(1~9월) 사망사고는 483건이 발생하고 510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올해부터 집계가 시작돼 작년 치는 공표되지 않았다. 언론보도된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같은 기간 사망사고는 492건 발생하고 사망자는 502명 발생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올해 1월 27일 본격 시행된 이후 노동자의 사망건수는 감소하지 않은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까닭이다. 법 도입 효과는 적은 반면 기업 활동은 위축되는 부작용만 나왔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법 시행 이후 안전에 대한 인식을 강화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예방이 아닌 처벌 중심의 법 조항은 한계가 크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기업들이 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보다 책임 회피를 위한 '꼼수' 마련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수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시행한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아 효과를 논의하려면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긍정적인 효과를 꼽자면 정부와 발주처의 대처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면서 "안전과 관련된 비용을 지급하고 설계를 변경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변했고 사회 전반에서 안전을 바라보는 시선도 개선됐다고 본다"고 했다.
최 실장은 다만 "법이 생기고 나서 현장에서 서류 작업이 너무 많아졌다"면서 "처벌을 피하기 위한 자료 증빙을 준비하다 보니 그런 것인데, 여건이 되지 않는 곳은 안전 인력이 현장점검 대신 서류 작업을 해야하는 상황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기업의 자체 안전점검도 눈치를 보게 됐다"면서 "만약 사고가 발생해 노동부에서 조사가 나온다면 자체 점검 결과가 불리하게 반영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정공학과 교수 또한 "기업들이 큰 비용을 들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노동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아닌 경영 책임자의 형사처벌 회피를 위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면서 "안전에 대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음에도 실제로는 효과가 나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근로감독관이 지난 5년 동안 2.4배 증가하고 고용노동본부가 신설됐음에도 사망사고가 줄지 않은 점도 꼬집었다.
정 교수는 "이는 산재 예방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는 징조다"면서 "처벌 중심의 중대재해처벌법 대신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을 사고 예방 중심으로 실효성 있게 정비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