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물가 '상고하저' 전망 우세…잇단 공공요금 인상 복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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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물가 '상고하저' 전망 우세…잇단 공공요금 인상 복병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2.12.27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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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한은 내년 물가상승률 3% 중반 예측..."하반기 안정"
전기·가스요금 인상 등 불확실성..."정책적 노력 동반돼야"
내년 물가상승률이 둔화될 거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공공요금 인상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주택가에 전기계량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내년 물가상승률이 둔화될 거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공공요금 인상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주택가에 전기계량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정부와 한국은행이 내년 물가 상승률을 올해 정점(6.3%)의 절반 수준인 3%대 중반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측한 가운데 내년 전기·가스요금의 인상폭이 올해보다 더 가파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까스로 안정세를 찾아가던 물가가 다시 요동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높은 수준의 물가가 유지될 것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다만 내년 예측치인 3% 중반대 역시 목표 수준인 2%에 비해 여전히 높고 경기 둔화 폭과 주요국 금리 등 물가상승을 다시 부추길 수 있는 요인들이 산적하다는 점이 변수가 되고 있다.
2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와 한은 모두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을 두고 올해보다 1.5%포인트(p)가량 낮은 3% 중반대로 예측하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 21일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올해 5.1%, 내년 3.5%로 예측했다. 원인으로 글로벌 원자재 가격 하락과 수요 둔화 등을 꼽았다. 한은도 지난달 발표한 경제전망을 통해 국제 유가 하락세와 국내외 경기 둔화 폭 확대 등을 이유로 내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6%로 예측했다. 기재부와 한은 모두 내년에는 물가 상승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하지만 두 기관 수장 모두 여전히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정부와 한은 모두 당분간은 높은 수준의 상승률이 유지될 것이며, 3% 중반대 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1일 브리핑에서 "물가는 지난 7월 정점을 지나 오름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으나, 당분간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거시정책은 당분간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는 가운데, 리스크・경기 등 거시경제 상황을 종합 고려해 신축적으로 운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물가가 내년 초까지도 현재와 비슷하게 5% 내외로 오르다가 하반기 상승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상고하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0일 '2022년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내년 물가 상승률이 상고하저의 흐름을 나타내면서 점차 낮아지더라도 물가 목표인 2%를 웃도는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에도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 정책 운영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 둔화 폭과 주요국 금리, 환율 등 내년도 물가 상승률에 영향을 미치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도 두 기관이 긴장을 늦추지 않는 배경이다. 한은은 향후 국내 물가 경로에 △유가·환율 흐름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폭 △국내외 경기둔화 정도 등이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들의 상황에 따라 둔화 속도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총재는 "물가 오름세 둔화 속도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만큼 앞으로 발표되는 데이터를 통해 그간의 정책이 국내 경기 둔화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등 주요국 정책금리 변화도 함께 고려하며 정교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내년 초부터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예고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전기·가스요금 인상 계획을 이번주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지하철 요금도 인상 수순을 밟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5일 한 방송에서 "한국전력공사와 가스공사 적자가 누적돼 내년에도 상당폭의 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인상 폭과 관련해서는 "몇 퍼센트인지 지금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취약계층은 전기요금이 올해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부담이 늘지 않도록 특별한 조치를 할 예정이고, 가스요금도 취약계층에 특별할인요금을 도입해 인상 부담을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공공요금 인상이 현실화된다면 유가 하락과 강달러 약화로 인한 수입물가 안정세 등 물가하락 요인에도 불구하고 근원물가 상승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되면 근원물가가 소비자물가 상승률 하락세를 붙잡고 있는 슬로우플레이션(Slowflation)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슬로우플레이션은 경제성장이 둔화된 상태에서 물가상승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슬로우플레이션 진행중인 국내경제' 보고서를 통해 "근원물가는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어 향후 고물가 기조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불필요한 물가상승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수급불안 품목에 대한 신속한 공급 확대, 유통 과정에서의 불합리한 관행 단속 등의 정책적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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