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수 올해 10만명 급감...취약차주 대출절벽 현실화
금융위 '시장연동형' 포함한 최고금리 조정 논의 본격화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서민금융의 최후 보루인 대부업계마저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에 업계와 전문가들은 '법정 최고금리의 역설'을 막기 위해선 최고금리를 시중금리와 연동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따라 저신용자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부업체들도 수익성 악화에 신용대출을 중단하거나 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영업을 축소시키며 대부 이용자 감소세도 지속되고 있다. 저신용자가 제도권 금융밖으로 밀려나는 건 아닌지 우려가 지속된다.
28일 금융감독원의 '상반기 대부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대부업자의 대출잔액은 15조 8764억원으로 지난해 12월말(14조 6429억원) 대비 1조 2335억원(8.4%) 증가했다.
하지만 잔액만 늘었을뿐 대부 이용자수는 올해 6월말 현재 106만4000명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5만6000명(△5.0%) 감소했다. 저축은행 인수계열 및 일본계 대부업자의 감소세 지속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올 한해 대부업체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가 10만명가량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부업체들이 신용대출이 아닌 담보대출 위주 취급 행태도 심화되고 있다. 6월말 현재 대출잔액(15조 8764억원) 중 신용대출은 7조 3276억원(46.2%), 담보대출은 8조 5488억원(53.8%)으로 담보대출 비중이 지난해 말 52%보다 1.8%p 높아졌다. 담보대출은 지난해 6월말 처음으로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후 계속 커지고 있다. 최고금리가 낮아진 상황에서 조달비용이 높아지자 부도율이 높은 저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을 줄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급격한 신용위축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신용대출보다는 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잔액이 증가하고, 대부 이용자수는 감소세가 지속하고 있다"면서 "대부업자의 저신용자에 대한 신용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부업에서 대출을 받은 취약 차주들의 비중도 지속 감소 중이다. 금감원이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신용점수 300점대 차주는 지난해 말 44만2336명에서 지난 6월 말 39만3221명으로 줄었다. 지난 9월말엔 37만1504명으로 더 줄었다.
신용점수 500점대 차주는 3만593명에서 3만3138명으로, 400점대 차주는 1만1989명에서 1만2334명으로 소폭 늘었다.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중·저신용자들이 저축은행 등 2금융에서 대부업으로 내려오자 기존 취약 차주들이 탈락했다.
금리인상기 조달 금리가 급등한 것도 취약 차주 탈락의 한 요인이다. 우수 대부업자들의 조달 금리는 연 4%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8%를 넘어섰다. 여기에 대손비용 등을 더하면 역마진이 나므로 차라리 상대적으로 우량한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신용대출의 취급을 전환한 것이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저신용자들은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나고 있는데 이로 인한 금융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금감원에 접수된 불법 사금융 신고는 2019년 4986건에서 지난해 9238건으로 급증했다. 올 들어서 지난 8월까지 접수된 신고만 6785건에 달한다.
일각에선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선 최고금리를 기준금리와 연동시키는 연동형 시장금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2023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조달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법정 최고금리가 고정돼 있을 경우 취약가구는 차환이 제약될 수 있어 취약가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정 최고금리를 시장금리와 연동함으로써 취약계층의 금융시장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내달 중순 무렵 법정 최고금리 조정방안을 국회에 보고하고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논의되는 방안은 시장연동형 금리로, 그동안 진행돼 온 고정방식이 아닌 시장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법정금리 한도는 작년 7월부터 시행령을 근거로 최고 연 20%가 적용되고 있지만 대부업법 상 최고금리는 최고 연 27.9% 이내의 범위에서 정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조정이 손쉬운 시행령 개정을 통해 금리 한도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근본적 해결을 위해 저금리 시대에 정해진 법정 최고금리를 현 수준에 맞춰야 한다"며 "법정 최고금리를 기준금리와 연동해 저신용자들에게 대출 공급의 길을 터주고 고금리 대출자에게는 정부가 신용 보강을 해주는 쪽으로 가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