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0대서 2200대 털썩…4년만에 역주행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간 최대 낙폭
G20 국가 중 주가지수 등락률 19위 추락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긴축 악몽 속 고금리와 강달러에 짓눌렸던 국내 증시가 최악의 성적표를 남긴 채 한해를 마감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급격한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1년 내내 약세장을 면치 못했던 코스피 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지난 2008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증시 폐장일인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44.05포인트(1.93%) 내린 2236.40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은 6718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402억원, 5772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250선 밑으로 내려간 것은 10월 26일(2,249.56)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특히 증시 폐장일 기준 코스피 지수는 작년 연말(2977.65) 대비 24.89%나 떨어졌고,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40.73%) 이후 연간 최대 낙폭이다.
올해 들어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에 1년 내내 하락세를 키우면서 연초 대비 25%나 급락한 셈이다.
코스피가 연간 기준으로 마이너스 수익을 낸 것도 2018년 이후 4년 만의 일이다. 앞서 코스피는 △2019년 +7.67% △2020년 +30.75% △2021년 +3.63%을 기록하는 등 3년 연속 상승세를 유지해왔다.
올해 개인 순매도 상위 종목의 하락률을 살펴보면 개인투자자 가운데 올해 평균 수익률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손실을 본 경우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지난해 증시를 주도했던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주는 연초 대비 50% 이상 내려갔고, '10만전자'를 꿈꿨던 삼성전자는 '5만전자'로 추락했다.
글로벌 주요 국가들의 주가 지수와 비교했을 때도 국내 증시의 하락폭은 더 컸다. 올 한 해 주요 20개국(G20) 국가들의 증시지표 등락률을 비교했을 때, 코스피의 낙폭(-24.89%)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으로 서방으로부터 집중적인 경제 제재를 받으며 큰 타격을 입은 러시아(-40.62%)를 제외하곤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수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도 글로벌 경기 침체가 확실시되는 상황 속에 제조 과정에서 반도체가 필수적인 제품들의 소비가 급격히 둔화됐고, 직격탄을 맞은 한국 기업들의 주가가 급전직하한 것"이라며 "반도체뿐만 아니라 수출 업종 기업들의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상황에 국내 증시가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황 연구위원은 "주가가 경기를 6개월 정도 선행하는 만큼, 내년에는 코스피 등 국내 증시가 외국 증시들에 비해 더 부진할 가능성이 올해보단 낮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