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드업 코리아]"'4년 중임제' 개헌, 국민이 정치권 압박해야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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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드업 코리아]"'4년 중임제' 개헌, 국민이 정치권 압박해야 가능"
  • 문장원 기자
  • 승인 2023.01.01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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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대통령제' 대안으로 평가…"선거제도 개혁도 함께 해야"
'기본권 보장'· '탈이념' 등 방향 제시…"권력 구조 근본적으로 바꿔야"
전문가들은 현행 '5년 단임제'에서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이 필수라는 데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그동안 개헌 논의가 '정국 전환용' 카드로 소비되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점은 개헌을 실현하는 데 어려움으로 작동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국회
전문가들은 현행 '5년 단임제'에서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이 필수라는 데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그동안 개헌 논의가 '정국 전환용' 카드로 소비되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점은 개헌을 실현하는 데 어려움으로 작동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국회

[매일일보 문장원 기자] 한국 정치의 민주주의 기반을 빈약하게 만드는 핵심 이유가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지적은 오랫동안 있었다. 그동안 정치권을 비롯해 학계에서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된 만큼 전문가들은 현행 '5년 단임제'에서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이 필수라는 데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그동안 개헌 논의가 '정국 전환용' 카드로 소비되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점은 개헌을 실현하는 데 어려움으로 작동할 것으로 내다봤다.

1일 <매일일보>가 '한국정치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정치 분야 전문가들 8명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개헌'에 대해선 상당수가 '4년 중임제' 개헌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동시에 선거제 개편과 같은 권력 분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개혁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4년 중임제 개헌'은 지금의 5년 단임제인 제왕적 대통령제를 상당 부분 개혁한 '대안'으로 평가된다"며 "단순히 대통령 임기만 바꾸는 게 아니라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고 대신 의회 권력을 강화해 다원화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보다는 긍정적일 것"이라며 "그리고 4년 중임제 개헌과 함께 선거제도 개혁도 함께 이뤄내야 한다. 그래야 기존의 제왕적 대통령제로 회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정치 개혁은 없었다"며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국회의원 중선거구제, 석패율 명부제,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의 정당 공천을 배제하는 등 각각의 개헌 목적과 세 가지 전국 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는 방안 등이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개헌의 방향성에 대해선 '기본권 보장'과 '탈이념' 등을 꼽았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대통령제를 의원내각제로 변경하는 획기적인 권력구조의 개편 없이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은 8년짜리 대통령을 맞이할 수 있어 권력의 집중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며 "개헌의 중요한 방향은 고도로 집중화된 대통령제의 폐해를 시정해야 하고, 21세기에 맞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 두 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4년 중임제 도입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정도는 시도해볼만 하고, 성사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며 "다만 이념편향적 개헌의 경우에는 오히려 국민적 분란만 유발할 뿐 성사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에는 동의하면서 실제 개헌이 실현되는 데 회의적인 의견도 있었다. 앞서 노무현·이명박·박근혜 등 역대 대통령들의 개헌 제안은 진정성이 없어 국민 동의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매 정권마다 개헌론이 제기되고는 있지만, 예외 없이 자기에게 유리한 방식의 권력구조 방식만을 꺼내 들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정치권의 집권 욕심의 충돌 현장으로 비치고, 국민들은 이를 외면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개헌을 주창하는 정치인들에게 진정성이 없다"며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말 지지율 하락의 반전 카드로 개헌을 언급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개헌 논의가 불붙기 위해서는 하향식 논의가 아닌 상향식, 즉 국민들이 정치권을 압박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때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4년 중임제' 개헌이 불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통령제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현행 권력 구조를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제왕적 대통령제를 시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제는 기본적으로 제왕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미국은 연방제를 실시하면서 대통령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권력 집중 정도가 우리보다 덜하다. 선진국 대부분은 내각제를 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가 생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 교수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피하고 싶다면, 권력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4년 중임제, 책임 총리제 등의 개헌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앨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진정한 권력 분산과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권력구조가 무엇인지를 생각할 때"라고 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 역시 "제왕적 대통령제는 제도나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문화"라며 "개헌을 통해 4년 중임제나 이원집정부제 등 어떤 형태로 바꾸더라도 지금보다 정치 혼란이 더 적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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