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염재인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재산 2000억달러를 날려버린 역사상 최초의 사람으로 기록됐다. 오너 리스크 등 대내외 리스크 영향으로 지난해 테슬라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자 머스크 재산도 쪼그라든 것으로 분석된다.
2일 외신을 종합하면 최근 블룸버그 통신은 "테슬라 주가가 폭락하면서 머스크가 순자산 2000억달러 감소를 기록한 역사상 유일한 사람이 됐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는 총 순자산이 1370억달러(약 172조 8940억원)로 세계 부자 2위를 기록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억만장자 지수를 기준으로 머스크 재산은 2021년 11월 4일 3400억달러(429조 800억원)로 정점을 찍었으나, 올해 들어 테슬라 주가가 폭락하면서 급격히 줄어들었다. 최고점 대비 약 2030억달러가 증발해버린 것이다. 이에 따라 머스크는 부자 1위 자리를 베르나르 아르노(1620억달러·204조 4440억원) LVMH그룹 회장에게 내줬다.
실제 테슬라 주가는 액면분할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 8월 25일(296.07 달러) 대비 현재(30일) 123.18달러로 장을 마치면서 58.39% 하락했다.
한때 머스크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2021년 1월 보유 재산 2000억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세계 최고 부자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돈 풀기 정책으로 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머스크의 재산 보유액도 치솟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연이어 단행하면서 테슬라를 비롯한 기술주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테슬라처럼 미래 성장성을 많이 반영한 종목일수록 금리 인상 환경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또 머스크가 지난해 10월 트위터를 인수한 뒤 테슬라 경영을 소홀히 한다는 시장 우려와 연이은 기행에 따른 '오너 리스크' 등이 부각되면서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머스크는 지난 15일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쓴 뉴욕타임스(NYT) 등 소속 기자들의 계정을 정지시킨 바 있다. 19일에는 돌연 "내가 트위터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할까?"라는 게시글을 올려 찬반 투표를 벌이기도 했다.
이 밖에 재고 증가와 중국 자동차 시장 부진 전망 등을 배경으로 지난 12월 24일 오전부터 중국 상하이 공장 가동을 중단한 것도 주가 불안 배경으로 작용했다.
다만 테슬라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하면서 반등에 대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김세환 KB증권 연구원은 "악재가 겹치면서 테슬라의 주가는 연초 이후 69% 하락했지만, 이익 수준 대비 과도한 주가 하락은 단기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라고 말했다.